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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글 대방출

@무뚝뚝한 상남자 웃게하는 방법

by 마담D공필재


우리 회사 대장은 말이 참 고약스럽다.


곱지도 않은 것을 또 어찌나 툭툭 내뱉는지 듣고 있으면 속에서


-이런 장티푸스 앓을!! 화악 그냥


하고 빛바랜 의협심이 솟는다.


그런데 이 양반이 말도 안 되는 지점에서 갑자기 부드러워질 때가 있다.


어제 함께 피자를 먹었다. 어는 단체의 모임에서나 그렇듯이 즐거운 식사 자리가 대장이 끼는 바람에 엄숙해졌다. 다들 부드러운 표정으로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핏자를 씹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회식 풍경이다.


콜라를 땄다.

치익!

가스가 빠져나왔다.


의협심은 이런 곳에 쓰는거지 싶어서 내가 말했다.


-대표님, 콜라가 대표님더러 칫!!합니다?! 건방진 놈을 당장 먹어서 죽일까요?


그러자 근육질의 뚝배기가 어깨를 쿡쿡 들썩이더니 식탁을 두드리며 목청껏 웃었다. 분위기가 삽시간에 화기애애해지면서 목소리들이 하나둘 높아졌고 입술 근육이 풀린 대장은 어느사이 방언이 터져서는


-흐엉흐엉! 고흥 피자는 죄다 엉망이여. 흐엉! 이걸 피자라고 만들었을까? 흐엉흐엉! 아아차암 짜고 드럽게 맛대가리 없어 앙그요?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아, 그렇습니까? 고흥 촌놈이라 저야 촌구석에 이것도 있는게 어딘가아아~~~싶어서 감지덕지인데 거 말씀을 듣고 보니 겁나게 짜네요. 어떻게 이걸 그냥 확 먹어서 죽어불까욧?


했다. 그러자 이 딱딱한 양반이 이번에는 몸을 마구 뒤로 젖히면서 박장대소하더니


-우리 간호사는 입씸이 장난이 아니랑께엣


했다. 기왕 분위기를 위해 버린 몸 나는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으응 대표뉘임 웃으실 때마다 팔 근육이 와앗!!상남좌앗!!


그는 일어서서 팔에 야무지게 빡!!힘을 주어 근육 자랑을 하더니 웃음을 머금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고래를 춤추게하는 것이 꼭 칭찬만은 아니다. 우리 대장의 경우를 보면서 나는 유머의 힘도 칭찬 못지않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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