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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리운 이름 「우리 아버지」

Ep5. 아부지의 붉은 노을

by 마담D공필재

이문세의 붉은 노을

빅뱅의 붉은 노을

그리고 우리 아부지의 붉은 노을!!


아부지는 노래를 잘 불렀고 또 좋아하셔서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다. 아부지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 '새야 오늘밤엔 어데서 자려나', '알뜰한 당신', '황성옛터'...그리고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새찬송가 158장!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언덕 위에 비치누나 연약하신 두 어깨에 십자가를 생각하니 머리에 쓴 가시관과 몸에 걸친 붉은 옷에 피 흘리며 걸어 가신 영문 밖의 길이라네'


이 찬송가의 가사는 마치 눈앞에서 예수님이 피로 물든 붉은 옷을 입고 십자가를 지고 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잘 묘사했다.


그래서 나는 이 찬송가를 아주아주 진짜 매우 싫어했다.


아부지는 위가 안 좋았던 듯 툭하면 위경련이 일어나 사경을 헤맬 정도의 통증에 시달렸다.


한번은 인동초 뿌리인지를 먹고 경련이 가라앉은 아부지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옹녀봉 꼭대기 하늘에 아침 놀이 가득했는데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님이 천사들과 함께 거기서 나를 향해 손짓을 했었다.


고 하셨다.


그 후로 아부지가 편찮으시면 나는 안방 마루끝에 다리를 대롱거리며 앉아있었다. 발끝에 빨래줄 지지대로 쓰던 낡은 간짓대를 세워두고 꼼짝 않고 옹녀봉 쪽 하늘을 노려보면서 말이다.


나는 다 계획이 있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붉은 옷을 입고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님이 천사들을 거느리고 나타나면


-우리아부지요? 텍도 없는 소리 마씨요. 절대로 못 데려가요. 어디 데려가기만 해봐욧! 나가 이 간짓대로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


라고 소리소리 질러서 예수님을 혼짝을 내서 하늘나라로 쫓아 버릴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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