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권합니다-1
호식이는 사고뭉치이다. ‘사고유(有)친’이 삶의 모토인지, 어떻게 된 사람이 항상 사고 중에 있다. 사고를 치는 중이거나 사고를 수습하는 중이거나 새로운 사고 치기를 구상하는 중이거나.(사고와 혈연관계인지도 모른다.)
내 나이 서른이었다.(중학교 동창이니 물론 호식이도 지 나이 서른이었다.) 직업 군인이던 호식이가 느닷없이 제대를 하더니 당시 한창 성장세에 있던 컴퓨터 매장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성행하는 사업들은 우후죽순 생겨나서 하나둘씩 사라지는 뻔한 수순을 거친다. 그리고 한창 성장세에 뛰어들면 백팔백중 망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막차를 탔다’고 하는데 감자가 금값이면 다음 해에 여지없이 똥값이 되는 법! 이것은 작년에 재미를 보았으니 ‘야 봉숙아! 꿀 발라스왔드나? 나도 한번 묵어보자’식으로 너도 나도 감자를 심게 되어 발생하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다.
나처럼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도 아는 비극의 대열에 호식이는 나와 상의 한 마디 없이 야반도주하듯 합류했다. 그리고 망했다.
후덜덜하게 많은 빚을 떠안은 호식이 덕에 우리는 부산에서 순천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얼떨결에 가장이 되었다. 내 나이, 아니 우리 나이 서른일곱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나는 과거를 기억하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미련도 안 둔다. 멋지군!) 뭐 지옥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천국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수입이 없는 상태로 계속 새로운 빚 소식이 빛처럼 쏟아지고, 그때마다 죽일 놈 살릴 놈을 외쳐대는 그런 것이 천국이라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천국 가겠다고 재산 바치고 가족을 버리는 용을 쓰겠는가 할렐루야!
징징거리는 내가 안타까웠던 큰언니가(지금은 권사가 되었지만 당시 집사였다. 할렐루야!)
-그, 죽도봉 밑에 용한 점집이 있다는데…
로 시작해서 그 점쟁이는 ‘말 안 해도 다 알아!’ 할머니로서 그 방면에서 유명하며 특히 미래를 내다보고 앞길을 인도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해서 사람들이 줄을 줄을 그렇게 서서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말로 나를 부추겼다.(주여, 저뇬을 용서하소서)
-그래도…
나의 미적거림은 꺼림칙에 기반한 나름 신앙인의 도리였다.(이런 사특한 짓을, 예수님이 보고 있다잉). ‘잘 안 넘어오네’ 싶었는지 언니가 필살기를 썼다.
-점보고 나오는 길에 오리전골 먹자.
-좋아!
무당 할머니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은 언니는 온 가족의 생년월일을 집어넣고는 ‘그런 말은 나도 하겠네.’싶은 말에 ‘어멋 어멋’ 박수를 치면서 호응했다. 그리고는
-밑져야 본전이니 너도 해봐
‘밑지면 밑가지, 본전은 무슨…’ 싶었으나 할머니의 눈빛에서 ‘돈 안 내면 니 발로 걸어서는 못 나가!’라는 메시지를 읽었고, 언니의 흠흠거리는 헛기침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자 권리도 없다.’라는 압력을 느끼고 있던 터라(밥은 먹어야지) 호식이와 나, 딸과 아들의 생년월일과 시를 써서 건넸다.
그리고 이마에 못마땅한 티를 팍팍 내면서 할머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흥흥! 아 네네, 흐응흐응!이라고 건성건성 대꾸했다.
그날, 용해서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할머니는 내 미래를 이렇게 예견하고 설계했다.
-이것 보소. 이 남자 결혼 참말로 잘했다. 마누라 덕에 묵고 사네. 글고 니는, 쯧쯧 쯧쯧! 봐라 봐라 애기 엄니야! 이혼해! 이혼이 살 길이여!
-네?
-느그 서방은 집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쓰레기도 싹싹 씰어서 내다 버리는 인간이다. 이혼해!
-헛!
-하이고, 하이고! 애 하나 더 키운다아아아아 치고 살라면 살소마는 나라면 안 사네. 나라면 안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