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권합니다.-2
6년이 지난 후 어느 날이었다. 동생이 누군가와 소곤소곤 통화를 하고 나서 말했다.(그런 비밀한 내용을 말할 때면 누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숨을 죽이는지 모르겠다.)
-언니, 양 서방이 뭔가 수상해. 알아봐야겠어. 어디 용한 데 없어?
참내, 그럼 사람을 사서 뒤를 캐야지 점집엔 왜? 대체 왜? 이상한 일이다.(동생도 집사였다. 할렐루야!)
-있기는 한 데 죽었을지도 몰라
-왜?
-밥을 못 먹어서?! 근데 이혼할 준비는 되어 있어?
어쨌거나 아는 곳이라곤 손님이 줄을 서서 밥을 못 먹는다는, 그 이혼 권하는 할머니 밖에 없었으므로 동생과 함께 그 집에 갔다.
동생도 어디서 많이 본 겸손한 자세로 앉아서
-맞아요, 맞아! 어쩌면! 세상에… 그러니까요. 맞아요, 맞아!
를 연발하며 손뼉을 치다가(누가 자매 아니랄까 봐) 잠깐 멈추고 눈물을 찍어내다가를 반복하더니 코를 탱 풀고는 나직하게 속삭였다.(누가 자매 아니랄까 봐)
-언니도 봐봐.
-뭘 봐.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걸. 돈 아깝게.
-아, 차아아암. 내가 돈 낼 테니까 봐 쪼오옴. 혹시 올해 형부 죽을 운이 있나 보게에
그랬다. 점쟁이 할머니 말대로 호식이는 집안에 있는 먼지까지 쓸어다 버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는지 이 사업을 벌였다가 저 사업으로 갈아타기를 반복하면서 사고를 치고 또 쳤다. 그리고 은혜 갚을 두꺼비가 없는 나는 6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또 붓고 있었던 거다.
가만있어봐. 어머나, 신통하네 정말! 사람이고 돈이고 다 쓸어다 버린 댔는데? 오호!!
그래서 나는 또 호식이와 나의 생년월일과 시를 써서 건넸다.(이번에는 나도 좀 겸손해졌다)
-으으으으음! 이혼했소?
-네? 어떻게 절 기억하시고…?
-뭔 소리여? 이혼 했냐고오?
-아니요.
-이상 허네? 분명히 6년 전에 이별수가 있었는디? 왜 이혼 안 했소?
-네?
-이상헌디? 참말로 이혼 안 했어?
-아씨, 안 했다니까요. 뭐 여기 이혼전문 변호사 출신이세요? 왜 맨날 이혼하래에?
-쯪쯪쯪쯪… 안 헌 것이 아니라 못혔네, 못 혔어. 큼큼, 그려어. 그려. 지 팔자 지가 꼬것단디 나가 뭐라 하것소. 마는!! 이제라도 이혼하소. 애 하나 더 키운다 생각하고 살라면 살소마는 아이고 나 같으면 당장 이혼하것네.
와아! 진짜였다. 진짜 신과 통하는 용한 할머니였다.
아쉽다.
‘사람이 접신을 하면 신을 통해 과거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를 바꿀 수는 없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은데(하여간 나는 잡스러운 상식이 엄청나다) 그 말이 맞는 걸까? 그런지도 모르겠고 아닌지도 모르겠다.
다만 정말 아쉽다.
내가 내 팔자 꼬기를 멈추고 이혼을 해서 점쟁이 할머니의 명성에 일조를 할걸. 그랬다면 누이 좋고 매부도 좋았을 텐데. 그 후로도 오랫동안(예순세 살까지) 나는 호식이와 헤어지지 않았다.(이런 줘도 못 먹는 어리석은 중생 같으니라고.)
작년에 또 대형 사고를 친 호식이(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크게.) 덕분에 혼자서라도 그 할머니 집에 가보려는 사특한 계획을 세웠다.(다행히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어서 거리낌 없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4년 전에 교통사교로 돌아가셨단다.(밥 먹으러 가시던 길이었나?) 안타깝다. 이번에는 당당하게 ‘우리 이혼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