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귀여우면 다고 짠하면 끝난 거다.
호식이 집은 가난했던 것 같다.(호식이는 우리 집과 비교해서 자기 집의 가세가 평가절하 될 성싶은 불리한 과거사는 미화시키거나 웃음으로 때우거나 풋성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른다) ‘똥구멍이 찢어지게’까지는 아니었을지라도 ‘니, 생각나냐?’로 시작하는 시어머니와 호식이의 과거 회상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모아 23 게이지 바늘로 퀼트를 완성해 보면 간혹 찢어지기도 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가난의 원인으로는 짜잔한(못난) 조상 덕에(어머니의 표현이다) 물려받은 변변한 전답이 없었고, 천하에 몹쓸 놈의 인간(능력도 안 되면서 두 집 살림을 한 무책임한)을 아버지로 둔 탓이다.
시어머니가 흘린 조각들 중 몇 개를 나열해 보면 ‘갯것’,‘모시수건’,‘끼니를 때우다’등이 있는데 이것들을 문장 형태로 연결해 보면 이렇게 된다. [먹을 것이 없어서 갯것을 해다가 끼니를 때웠다.]
여기서 시어머니가 말하는 갯것이란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이며 크게 조개류와 갑각류 그리고 개금재(해초)로 분류할 수 있다. 흔하고 낯익은 예로 바지락, 굴, 맛조개, 쏙, 고둥, 꽃게, 칠게 등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갯벌에 뿌리를 단단히 박고 사는 풀떼기 들이다.(어쩌나, 가난이고 뭐고 죄다 너무 맛있어)
그렇다면 모시수건은 어디에 쓰는 물건이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니가 살성이 나쁜 것은 아닌디 짠물이 다리에 묻으믄 그라고 긁어대드란 말다.
-긍께 모시수건으로 턱받이를 해줬소?
-아니여, 배랑 허벅지랑 다리를 요라고요라고 다 덮었제.
-예에? 옷을 안 입었다요?
-뭔 소리여어? 옷이 어딨어어어어? 요새 같이 옷이 천지여서 물가름 헐 옷이 그라고 있었간디? 아, 글고, 그, 긍께, 여름에는 죄다 벗고 살었어야.
두 사람이 완두콩을 까며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못 들은 척하며 듣다가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 ‘맞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네. 가난했어. 찢어졌네. 찢어졌어. 오홋! 놀려 먹어야지’
-당신, 화장실 가면 그렇게 안 나오는 게 혹시 어릴 때 찢어진 똥꾸뇽을 매일 수선하며 살고 있었던 거야?
-뭔 소리야? 우리, 우리 집 안 가난했어어어.
-그래? 근데 왜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벗고 살았대?
-이 사람아! 그땐 다 그랬다고. 자네 소고기 장조림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먹어봤담서? 자네 집이 더 가난했네.
-흠뫄아, 그러는 당신은 왜 맨날 꼬리꼬리 상한 되미(전어)만 먹었대? 우리 동네는 되미 배 들어오잖아? 그럼 우리 아부지가 지게 지고 가서 바지게로 가득 담아 와서 잉, 막, 그 잿불에 구워가지고 막, 그 질리도록 먹었어. 쵯!
-말이 되는 소리를 하소. 혹시 장모님이 반지락만 판 것이 아니라 되미도 팔러 댕기신 거 아니여? 이제 보니 현이 너, 반지락 장시 딸이 아니라 되미 장시 딸이었구나 잉!
-이씨, 그러는 호식이 느그 집은? 느그 엄니가 복숭아 팔러 다녔담서?
-안 들린다. 안 들려어. 못 들었다. 못 들어. 운교 부락 현이는 반지락 장시 딸이 아니라 되미 장시 딸이었다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