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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단상

로사오리엔티스 [포 시즌[-25.09.05.

by 마담D공필재
로사오리엔티스-포시즌

[한갓 내가 숭고한 너희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오직

맑게 웃고 사뿐히 춤출 일이다.]


어떤 사과는 또 다른 상처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어제의 인연을 오늘로 연결하지 않으려는 내 마음은 여기에서 나온다.

십수 년 전에 나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사람이 있다. 그가 얼마 전에 전화를 해서 사과를 하고 싶으니 만나자고 했다.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닌 데 못 볼 것은 또 무엇인가 싶어 그러자고 했다.

그 약속을 한 후로 왜? 굳이?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러면서 심연에 가라앉았던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는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실망 그리고 관계미숙아인 나를 자책하는 어리숙한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떠올리며 자책하는 현재의 나를 보면서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고통이 따른다. 그 과정에서 회복이 아니라 정리가 되었다면 그 관계는 끝나야 마땅한 것이다. 그것을 굳이 다시 이어서 어디에 쓸 것인가?

어떤 사과는 또 다른 상처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고심 끝에 만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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