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몸무게를 잽니다.

몸이 무거운 건지, 마음이 무거운 건지, 둘 다인 건지

by 고든밍지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체중계로 향한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며 몽롱한 정신을 깨운다. 체중계에 보이는 숫자는 언제나 잠을 달아나게 한다. 꾸준히 계속되는 나의 일상의 루틴 중 하나이다. 몇 백 그람 찌고 빠진 것일 뿐인데 그날의 기분은 몸무게가 결정한다. 식사를 할 때도 아까 잰 몸무게가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인다. 살이 쪘다면 왠지 가볍게 먹고 싶고, 조금이라도 빠졌으면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싶다. 쪘으면 찐 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빠졌으면 빠진 대로 어디가 안 좋은가 몸상태를 의심하게 된다.


몸무게에 상관없이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먹으면 좋을 텐데 이미 보아버린 몸무게는 여지없이 발목을 잡는다. 본능적으로 먹고 싶은 걸 먹자는 '직관적 식사'도 꽤 유행하여 솔깃했었던 적도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언제쯤 숫자로 확인하는 몸무게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과하게 먹은 날은 다음 날이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 몸무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임으로. 분명 늘어 있는 숫자를 예상하면서도 매일 거르지 않고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 자신에게 피곤했다.


이상하게 몸무게가 많이 나온 날이면 정말 늘어버린 무게 탓인지 몸이 무거웠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마음도 같이 무거웠다. 화장실에서 유난히 많이 비워냈거나 가볍게 먹어 몸무게가 조금이라도 줄었다 싶으면 이상하게 몸도 마음도 가벼운 것처럼 느껴졌다. 몸무게를 재지 않았으면 그 몇 백 그람 차이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인데 이미 알아버린 몸무게에 일희일비하며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요새 이런저런 걱정으로 유난히 무거워진 마음과 함께 오늘도 여지없이 체중계에 올랐다. 역시나 불어났다. 예상을 확인하는 작업에 지나지 않았다. 문득 이 마음의 무게는 어느 정도 일까 생각했다. 몸의 무게에 마음은 물리적으로 포함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마음의 무게도 몸의 무게와 크게 다르지 않을까.


많이 먹으면 찌고, 덜 먹거나 비워내면 빠져있는 몸무게처럼 마음도 과거의 걱정에 사로잡혀 붙잡고 늘어지면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 소식을 하든, 화장실에 가든, 운동을 해서 어느 정도 비워내면 한결 가벼워진다. 과식하지 않는다면 빠지진 않아도 적어도 유지는 하지 않을까. 마음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과하지 않은 적당한 걱정거리만 오늘로 가져오면 될 일이다.


평소보다 몸이 무거우면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는 것처럼 마음도 너무 무거우면 사는 게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과도한 다이어트로 너무 가벼워진다면 그 마음은 공허하여 자꾸만 채우고 싶어질 것이다. 마음도 적당한 무게가 필요하다. 나는 매일 아침 강박적으로 눈에 보이는 내 몸무게에 신경 쓰기보다는 어쩌면 내 마음의 무게를 살피는데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다이어트는 역시 쉽지 않듯 자꾸만 몸의 무게도 마음의 무게도 빠질 줄 모르고 늘어만 가려한다. 사실 나도 모르는 사이 매일 몸무게를 재듯 마음의 무게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몸무게와 상관없이 유난히 기분 좋은 어느 날은 마음의 무게가 적정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과거의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거워지는 것보단 공허한 게 나으려나 싶다가도, 알고 싶다. 내 마음의 적정 무게를. 그리고 결국 그 무게를 찾는다면 나는 더 찌우려고도, 빼려고도 하지 않고 그 마음의 무게를 유지하는 유지어터로 살고 싶다. 오늘은 마음이 무거운 건지, 몸이 무거운 건지, 둘 다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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