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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든밍지 Sep 18. 2023

요새 핫하다는 케이크를 먹어보았다.

핫템의 감동은 역시 직접 찾아 나서는 맛!

  남편의 생일이었다. 요새 모 연예인이 먹어서 유명하다던 S호텔의 녹차케이크를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요새 인기가 많아 쉽게 예약하기도 구하기도 힘들다던 바로 그 케이크였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 케이크를 기다리며 우유도 사고, 한껏 기대감에 들떴다. 드디어 실물을 영접하고, 한 조각을 잘라 입에 넣었다. 평소에 녹차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뭔가 쫀쫀한 시트 식감과 화이트 초콜릿이 한가득인데도 생각보다 달지 않아 맛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지는 않았다. 찾아본 후기와 상상한 기대감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핫한 케이크를 먹어본 걸로 만족했다.


  그날 저녁, 언니가 연락이 왔다. 가보고 싶었던 베이글 집에 오픈런을 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먹고 싶은 베이글의 종류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게 웬 떡이냐. 내가 생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빵순이에게 이틀 연속 축복이 내려온다고 생각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고심 끝에 베이글을 골랐다. 다음 날 아침, 언니의 성공 연락과 함께 품절된 종류를 제외하고 베이글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기대감에 집으로 오자마자 베이글을 먹어보았다. '응? 생각보다 별론데.... 너무 기대를 했나? 생각했던 맛이 아니네.' 이번에도 실망감이 기대감을 이겼다.


  남편은 선물 받은 녹차케이크가 맛있다며 밥을 먹고도 두 조각을 순삭 했다. 언니는 새벽 6시에 베이글을 사러 갔는데도 줄을 많이 서 있었고, 이미 품절된 종류도 많다고 했다. 역시나 맛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나는 그들과 달리 감동이 덜할까.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가 맛있다는 걸 말해주고, 내 가까운 지인들도 좋아했는데 말이다. 아무리 맛은 취향차이가 심하다고 하지만 내 입맛이 좀 다른 건가 싶었다. 그리고는 케이크와 베이글을 냉동실에 얼리며 나는 왜 그렇게 느꼈을까 생각했다.


  나의 핫한 아이템에 대한 욕망의 시작은 허니**칩이었다. 당시에 엄청난 인기로 구하기 힘들다는 그 과자를 우연히 찾아냈을 때의 그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냥 자랑하기도 했고,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다. 다 먹지도 못할 거 사재기를 해서 여기저기 선물 하기도 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생각보다 유행에 민감하며, 핫한 아이템을 직접 찾아 나서는 걸 꽤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유명 빵집의 베이글을 사기 위해 4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었고, 지방에 있는 유명 떡집의 오픈런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선적도 있었다. 유명 커피전문점의 굿즈인 여행캐리어를 구하기 위해 며칠 동안 새벽부터 줄을 선 적도 있었고, 포*몬빵이 유행일 때는 스티커를 모으지도 않으면서 이곳저곳 열심히 찾아 나서기도 했다. 물론 그 핫한 아이템이 궁금하기도 하고, 갖고 싶기도 했을 것이지만 내가 직접 찾아가 줄을 서고, 고생해서 어렵게 구했을 때의 그 뿌듯함이 좋았다. 이런 고생을 왜 하나 싶다가도 어느새 몸이 움직였다.




  이번에 맛본 핫한 케이크와 오픈런해야 살 수 있는 베이글은 나의 고생이 포함되지 않았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노력으로 손쉽게 얻게 된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전에 같은 것을 먹어보지 않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맛이 덜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나의 뿌듯함이 배제된 맛이랄까. 내가 핫한 아이템을 찾아 나서는 이유는 더 이상 맛이 아닐지도 모른다. 남들이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내 손으로 직접 구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이번엔 없었다. 역시 핫템은 고생을 직접 찾아 나서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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