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운수 좋은 날,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갑자기 언니에게 톡이 왔다. 이번 승진도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직업이 같다. 그래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좌절감과 공허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섣부른 위로도 조심스러웠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 상상하니 목이 턱턱 막히는 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이었다.
며칠 동안 기분이 나아졌는지 동태를 살피려 연락을 꽤 자주 했다. 그러던 중 먼저 먹태깡 얘기를 꺼낸 것은 언니였다. 물론 먹태깡이 핫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편의점과 마트는 물론이고, 온라인 공식 몰에서도 금방 품절이 된다는 기사를 이미 접한 뒤였다. 개인적으로 마요네즈를 먹지 않는 다소 특이한(?) 취향이라 핫템을 찾아다니는 평소와 다르게 사려고 시도하진 않았었다.
평소 소식좌인 언니는 식탐이 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니가 먹태깡이 정말 맛있다고 극찬을 하다니. 지인의 선물로 우연히 먹게 되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웃돈을 주고 인터넷에서 꽤 비싸게 주문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니를 홀린 먹태깡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승진으로 힘들어하는 언니를 위해 먹태깡을 구해주고 싶다는 욕구가 저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물론 여러 개를 구해 남편도 주고, 나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다음 날 익숙한 듯 산책을 나갔다. 오늘의 목적지는 집 근처 공원이었다. 산책을 가는 길에 문득 먹태깡 생각이 났다.
그 근처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1곳과 동네 슈퍼 1곳 밖에 없었다. 요새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는 과자도 팔지만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았고, 동네 슈퍼는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편의점 밀집 지역도 아니고, 큰 마트도 없어서 반신반의하며 다소 허름해 보이는 동네 슈퍼로 들어갔다.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등. 여러 깡들 사이에서 초록색 봉지가 보였다. '대박!'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과자 코너에서 마주친 먹태깡 3 봉지. 서둘러 다 집어 들었는데 사장님이 인당 2 봉지만 가능하다고 하셨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한 봉지를 내려두고 서둘러 계산했다.
먹태깡이 보통 언제 들어오는지도 물었다. 일주일에 1~2번, 요새는 그 마저도 기약이 없다고 했다. 종종 들르겠다고 말한 뒤 싱글벙글 슈퍼를 나섰다. 언니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구하기가 힘들다던데 처음 간 곳에서 2 봉지나 산 나를 보며 신기해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남편에게도 연락하니 남편의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했다. 사실 남편에게 언니의 승진 좌절과 먹태깡 예찬을 전했었다. 그러면서 나도 먹어 보고 싶다는 뉘앙스로 얘기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남편은 그 얘기를 기억하고, 아는 지인에게 부탁해 한 봉지를 구했다고 했다. 오늘 가져가서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먹태깡 3 봉지가 생겼다. 우연히 발견한 먹태깡에 기뻤고, 남편의 마음이 고마웠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뜻밖의 먹태깡을 가져다준 건 아니었을까. 언니가 승진의 아쉬움을 부디 먹태깡으로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기를 바랐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지만, 아주 가끔 운수 좋은 날을 만나게 된다. 로또 당첨 같은 큰 행운이 아니더라도 허름한 슈퍼에서 어쩌다 발견한 먹태깡처럼 당신의 위로가 될 무언가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