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좌는 딸기를 몇 개 먹을 거냐고 물었다

이상한 질문일까?

by 고든밍지

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지만 주변 사람들은 날 소식좌라 부른다. 다만, 나는 긴 공복을 잘 버티고, 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는 여러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다른 집의 식사 풍경이 어떨지 모르나 친정의 밥상 문화는 이랬다.


내가 언니에게 묻는다. "언니, 치킨 몇 조각 먹었어?"

묻는 사람이 더 많이 먹기 위해 묻는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남아 있는 치킨이 많아서다. 누가 덜 먹었는지 범인(?)을 찾기 위함이다. 그럼 언니는 말한다.

"네가 3개밖에 안 먹지 않았어? 난 벌써 네 개 먹었어. 네가 더 먹어야 해. 난 끝났어."


입이 짧은 나와 언니로 인해 엄마는 어릴 때부터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몇 개를 먹었는지 자주 묻곤 했다. 고기를 먹을 때 나는 깻잎파(깻잎에만 싸 먹는 사람)였는데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깻잎 꼭지를 옆에 떼어놓고, 고기를 몇 개 먹었는지 증빙(?) 자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놓고 언니는 나보다 적게 먹은 것 같다고 엄마에게 이르기도 했다.


딸기가 제철인 계절이다. 마트에 가도, 케이크집에 가도 온통 딸기가 풍년이다. 딸기를 보니 익숙한 장면이 생각났다. 소식좌인 친정에서도 좋아하는 과일이 있었으니... 바로 딸기였다. 좋아한다고 해서 더 많이 먹지는 않는다. 먹는 빈도가 더 잦을 뿐이다. 그날도 엄마는 딸기를 씻어오며 말했다.


"1인당 5개는 먹어야 해. 엄마가 딱 맞춰서 씻어 왔어~"

4명의 앞에 놓인 딸기 20개, 먹다 보면 여지없이 딸기는 남는다. 그럼 범인 색출(?)에 들어간다. 서로 몇 개를 먹었는지 열심히 묻기 시작한다. 덜 먹은 사람은 보통 아빠이거나 나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엄마와 언니보다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런 습관은 결혼해서도 그대로였다. 나는 남편에게 딸기를 먹을 때마다 당연한 듯 물어댔다.

"오빠, 그래서 딸기를 몇 개 먹을 거야?"

남편은 처음엔 주저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주고 싶은 만큼 줘."라든가 "네 맘대로."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어느 날은 정확한 답변을 듣고 싶어 꼬치꼬치 물으니, 본인은 딸기를 몇 개 먹을 거냐고 물어보는 게 처음이라고 답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우리 집에서는 익숙하게 물었던 질문이 다른 집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니. 마트 식품코너에서, 길거리 좌판에서 여기저기 딸기가 보인다. 투명한 팩 사이로 들어있는 딸기를 보며 생각한다. '이 딸기는 16개가 들었으니까... 대충 며칠을 먹겠다.' 딸기를 한 팩 집었다. 2팩 사면 할인이라는 데도 기어코 한 팩만 집어 들었다.


난 이제 그런 질문은 하지 않고, 대충 내가 먹는 양의 두 배를 씻으며 개수를 마음속으로만 세어본다. (남편은 이것도 부족하려나?) 딸기를 몇 개 먹을지 물어보는 게 너무 이상한 질문인가? 내가 살았던 세계에서는 아주 보편적인 질문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리 부인해도 소식좌임을 증명하는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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