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폭발한다고?
계란을 좋아한다. 고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소화가 잘 안 된다. 계란만큼 간편하고, 영양가 높고, 저렴한 단백질원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하루 1~2개 정도를 간식으로 또는 식사로 먹고 있다. 편의점의 반숙란을 자주 사 먹기도 했고, 집에서는 5개 정도 반숙란을 삶아 두고 먹기도 한다.
계란말이, 계란찜, 계란튀김, 계란프라이, 오믈렛, 스크램블에그 등등 맛있는 계란 요리는 무궁무진하지만, 계란 러버인 나의 최애 계란은 뭐니 뭐니 해도 작은엄마가 직접 오쿠(중탕기)에 구워주는 맥반석 계란이다. (오쿠를 살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끝내 사지는 않았다.)
작은 엄마의 계란은 정말 내가 먹어본 구운 계란 중에 제일 맛있다. 뭐랄까. 촉촉하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하면서도 부드럽다. 정말 팔아도 될 정도다. 물론 대량 생산하면 맛의 유지는 쉽지 않겠지만.
이번 명절에도 작은 엄마는 나의 계란 사랑을 알고 있기에 계란을 잔뜩 구워다 주었다. 계란이 하나씩 줄어드는 걸 아쉬워하며 냉장고에 보관한 계란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렸다. 사실 지난번에도 전자레인지에 삶은 계란을 돌리다 펑하는 폭발사고를 몇 번 겪었었다. 전자레인지 안은 계란 흰자가 불꽃처럼 흩어져 난리가 났었다.
차라리 터져버리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 겉의 흰자 부분은 미지근한데 생각 없이 앙 베어 물었다간 안에 노른자가 너무 뜨거워 입술 화상을 당한 전력도 있었다. 그리고, 다신 삶은 계란을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으리라. 차갑게 먹으리라 마음먹었지만, 아무래도 차가운 계란은 맛이 없었다.
계란 터짐 방지를 위해 살짝만 돌리겠다고 타협했다. 15초 돌리고, 잠시 쉬었다가 15초를 돌려 먹다가 역시 덜 따뜻한 느낌이 들어 평소보다 조금 더 돌린 게 화근이었다. 여전히 흰자 부분이 그리 따뜻하진 않아서 별생각 없이 한 입 베어 물었는데... 펑! 뜨거운 노른자에 또 입술 화상을 입고 말았다.
배가 고파 앙-하고, 크게 베어 물었던 탓일까. 지난번보다 더 큰 물집 여러 개가 윗입술에 생겼다. 급히 얼음을 비닐봉지에 넣고, 화상 부위를 진정시켰지만 여전히 따가웠다. 그 와중에 손에 꼭 쥔 계란을 마저 먹어 치우고, 지난번 사다 두었던 입술화상 연고를 찾았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행히 연고는 버린 줄 알았는 데 있었다. 같은 연고를 사러 약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었다. 그때의 충격이 나름 인상 깊었지만, 또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잘 쓰고, 혹시 모르니 버리진 말아야겠다.
구운란을 위해 오쿠를 샀으면 벌써 내 입술은 남아나지 않았을까? 마지막 남은 계란 1개를 오늘 저녁에 먹어버리고, 당분간 계란과 결별을 선언한다. (물론 삶은 계란 한정이다.) 이래놓고도 오늘 계란을 듬뿍 넣은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계란에 대한 지독한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