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정해져 있다

돈 있는 갱년기가 이긴다

by 갱년기파이터

태권브이랑 마징가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는 영원히 수수께끼지만 사춘기랑 갱년기가 붙으면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다.

무조건 돈 있는 갱년기가 이긴다. 누가 정했냐고?

이기고 싶은 갱년기가요.. 아 왜 뭐요 눈물 아니라고요



연말연초는 학원 시간 변동으로 엄마들 골 터지는 시간이다. 수학학원과 영어학원에 번갈아 전화하며 협상한 결과 다행히 임시반을 거치며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임시반이 문제였으니, 당분간 토요일 아침 10시 수업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숙제가 많아진..!


일주일에 세 번 가는 학원 숙제는 양이 많다 해도 시간이 충분하건만 당일 새벽에 일어나 하겠다는 결심을 한 녀석이 사실 제일 문제였다. 6시에 깨워달라는 말을 남기고 잠이 든 사춘기 1호는 일어나지 못했고 숙제할 시간은 당연히 부족했다. 근데 그게 내 탓이냐?!


"엄마한테 짜증 낸 거 아니라고."


나한테 얘기하면서 짜증 내는데 나 아니면 누구한테 하심? 하지만 속으로 얘기하고 만다. 이런 대화는 소모전이므로. 한 4년 전부터 시작된 둘째의 빠른 사춘기를 거쳐오며 나름 터득한 참을성이다.

크록스 끼워신고 주차장에 먼저 가 대기하고 있다. 이것도 느그적거리는 꼴 안 보려고 터득한 인내심이다. 가자한들 준비가 안되어 있고 서두르라한들 서두르지 않기 때문에 직관하며 속 터지느니 차 안에서 쇼츠나 보고 있다. 사춘기 2호가 먼저 내려오고 시간이 임박한데 1호에게 전화가 온다.


"알아서 갈게요."


늦는다는 얘기다. 여기 사리 하나 추가요. 나 죽고 화장하면 사리로 두 줄짜리 진주목걸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2호 내려주고 집에 올라가니 그냥 앉아있던 1호가 움찔하며 일어난다. 하 그래 그 움찔에 한 번 더 참아준다. 그런데 거실에 의자가 뒤집혀 있다. 이 자식 봐라?


"일로와 봐. 의자 니가 그랬어?"


토요일 오전 10시가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