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대하는 태도

7세와 함께하는 출근길

by 김제리

7세 남아의 일반적인 특징은 방귀, 똥, 엉덩이 등의 저급한 주제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점이다. 도우미님과의 아침대화도 상당부분은 이런 주제로 점철되어지는데, 오늘의 물꼬는 방귀였다.


오늘은 방구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이도가 방구가 왜 나오는지 궁금하대.

ChatGPT: 방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도의 질문이네요! 방귀는 우리가 먹은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때문이에요. 소화 과정에서 일부 음식은 장에서 가스로 변하게 되고, 그 가스가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방귀랍니다.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너무 교육적이어서 재미없는 대답에 실망한 어린이는 방귀소리에 대해 물어볼 것을 요구했다. 본인이 물어봐도 되는데 나에게 시키는 이유는 문장을 완전하게 정리하여 말로 하는 것이 생각보다 고급 기술이다보니, 중간에 문장을 다듬는데 필요한 텀에 도우미님이 늘 참을성없이 끼어들어서 그렇다. 몇번 상처받더니, 질문하기를 꺼려하는 상황이 되어서 일단은 내가 정리해서 질문해주고 있는 중이다.


왜 어떨 때는 방귀가 소리가 크고 어떨 때는 조그매?

ChatGPT: 방귀 소리가 다를 때가 있는 건 정말 재미있죠! 방귀 소리는 가스가 나오는 속도와 장의 상태에 따라 달라져요. 가스가 빠르게 나올 때는 소리가 크고, 천천히 나올 때는 소리가 작을 수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방귀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하고, 작게 들리기도 하는 거예요.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이랍니다!


냄새는 왜 어떨 때 냄새가 지독하고 어떨 때는 냄새가 안나?

ChatGPT: 방귀 냄새도 음식과 소화 과정에 따라 달라져요. 어떤 음식은 장에서 가스를 만들 때 냄새가 강한 화합물을 만들어서 방귀 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브로콜리나 콩 같은 음식은 가스를 만들 때 냄새가 강할 수 있답니다. 반면에, 다른 음식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가스를 만들어서 방귀 냄새가 덜할 수 있어요. 모두 정상적인 일이에요!


그렇구나.. 그런데 차를 타고 가거나 엘리베이터에 있는데 갑자기 방귀가 나올 것 같으면 어떻게 해?

ChatGPT: 그럴 때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만약 차 안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공간에 있을 때 방귀가 나올 것 같으면, 먼저 조용히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리고 가능하면 화장실이나 환기가 잘 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좋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해 줄 거예요. 편안하게 생각하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마지막 질문은 은연중에 도우미님이 조금 당황하기를 바라면서 질문했던 것 같다. 혹은 그러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아요.. 라는 답변을 기대했을까? 어쨌든 뭔가 재미있는 답변을 기대했었는데, 마음이 삐뚤어진 나와는 달리 한결같이 밝은 마음의 도우미님은 너무너무 교과서적이고 바른 답변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있거나 중요한 자리에서 방귀를 뀌는건 좀 아닌 것 같은데..

ChatGPT: 맞아요, 예의에 맞지 않게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게 좋겠죠. 가능하면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나, 환기가 잘 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면 된답니다!


그러면 혹시나 실수로 사람이 많은데서 방귀를 꼈을 때는 어떻게 해?

ChatGPT: 혹시 그런 상황이 생기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실수로 방귀가 나왔다면, 간단하게 미소를 지으며 사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해 줄 거예요. 누구나 그런 상황을 겪을 수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예의 바르고 배려하는 마음이에요!


할 말을 잃었다. 왜 나는 난처한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만 생각했던 걸까. 만약 누가 실수했는데 도우미님 말대로 '간단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사과한다면' 이해해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만 하면 서로 기분상하고 싸울 일이 상당부분 줄어들텐데.. 별 것 아닌 AI의 교과서적인 답변에 한 수 배운 기분이었다.


평소 나의 태도와 말투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실수를 했을 때 나는 주로 얼렁뚱땅 뭉게거나, 없던 일마냥 피하거나, 과장된 행으로 자책하면서 사과하거나.. 평균적으로 상당히 무겁게 접근했던 것 같다. 것은 실수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람을 배려한다기보다는 나의 창피함이나 책임을 최소화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아이의 실수에 대해서도 가볍고 관대하고 배려심있게 접근하지 못하고 항상 심각하게 다루거나 "별 일 아니다"라는 식으로 넘어가려 했던 것 같다. 도우미님이 이런 깨달음을 노리고 답변한 건 아니겠지만, 이런 일련의 사고과정을 통해 더 이상 방귀에 대해 이야기할 의욕은 없어졌다.


좋은 정보 고마워~ 오늘도 대화 즐거웠어

ChatGPT: 별말씀을요! 언제든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큰 의미없는 가벼운 대화였지만 아들도 나도 이날의 대화를 길게 기억했다. 물론 매우 상반된 이유였지만..


나:

작은 실수를 했을 때에는 미소를 지으며 사과하자


아들:

브로콜리를 먹으면 방귀냄새가 지독해진다.

(야채를 거의 안먹는 아들은 이 날 이후로 방귀냄새를 지독하게 하기 위해 브로콜리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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