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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일지 Jan 15. 2021

흰 머리 한 가닥

배곧동 라이더 2

신호대기 중에 스치듯 본 백미러에 흰머리가 보였다. 

미팅이 있어 나름 왁스로 정갈하게(?) 2.5:7.5 정도로 갈라놓은 가르마 사이로 뽕! 하고 하나가 올라와있었다. 


'뽑고 싶다. 미치도록 뽑고 싶다.'

한 번 눈에 거슬린 흰머리가 내내 거슬리지만 짧은 기장 탓에 좀처럼 당겨지지 않는다. 

두꺼운 손가락으로 가까스로 당기면 스르르 미끄러지고, 당기면 미끄러지고... . 

이토록 신호대기를 원하는 때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며 차가 설 때마다  씨름하기를 수 십 번. 

눈을 계속 치켜뜨고 올려다보려니 눈 앞도 뱅글뱅글하고, 성질만 뻗은 가운데 

원하는 성과(?)는 이루지 못하고 결국 흰머리를 안테나처럼 올려놓고 미팅 목적지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집에 와 쪽집게를 앞에 두고, 내내 거슬렸던 흰머리를 뽑았다.

'엄마, 아빠도 쉰 가까워서야 흰머리가 하나 둘 났는데... 나는 벌써?'

머리칼을 걷어내보니 듬성듬성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흰머리 추정(?) 머리카락들이 속속 보였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딸램에게 "건당 100원" 제안을 하며 족집게를 쥐어줬다.  

정수리에서 몇 가닥 / 오른쪽, 왼쪽 귀 근처에서 몇 가닥 뽑더니 10개의 흰머리를 내밀었다. 
이거 밖에 안되냐고 물으니 더 많은데 뽑기 힘들어서 그만하겠단다. 

"엄마도 이제 흰머리 많네? 할머니다. 1,000원은 카카오페이에 넣어줘" 


어차피 날 흰머리라면 듬성듬성 나서 이렇게 거슬리기보단

<101마리 달마시안>의 섹시한 언니처럼 화끈하게 반백발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될 할머니라면 딸램한테 고수익 꿀알바를 맡기며 마무리짓지 못한 흰머리를 두느니 

백발 곱게 빗어넘겨 왁스 짱짱하게 바르고 스프레이로 단단하게 고정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훗날 언젠가에 무엇으로 등장할지 모르는 신문물(?)들에 대해서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길 바란다. 


육신이 세월의 풍파를 맞는 건 막을 수 없어도 정신은 좀 덜 늙길... 천천히 흐르길... . 



배곧동 라이더

여럿이 살아도 어차피 인생 독고다이

혼자서도 잘 사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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