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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웅 Apr 04. 2024

위로받고 싶은 날

 가끔 위로받고 싶은 날들이 있다. 힘든 날일수록 위로가 간절해진다. 굳이 힘든 날이 아니어도 내가 왜 사나 하는 생각이 가득 찬 공허한 날, 그러고 보니 매일 위로가 필요한 것 같다. 사는 것이 그만큼 외롭고,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위로의 사전적 정의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는 것이라 한다. 나는 남을 위로하기 전에 우선 나를 위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남을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 곁에 아무도 없어도 나는 나를 사랑해야지. 스스로 내 어깨를 토닥이며 나는 나를 음…. 그렇게 사랑해, 알지? 말해본다. 그다지 효과는 없다. 역시 위로는 남에게 받아야 제맛이다.      


 나는 위로가 필요할 때 미용실에 간다. 친구가 하는 미용실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그 친구는 세상 걱정 하나 없는 친구다. 걱정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걱정한다고 안 될 것이 되는 것도 아니라며 그저 시간에 맡긴다. 그런 친구와 수다를 떨면 내 걱정이 한없이 작아진다. 그래도 위로가 간절히 필요한 날이면 나는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머리를 못 감았네. 머리 좀 감겨 줄래?”

친구는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겨 준다. 가끔 친구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인 적도 있었다.

“고맙다. 너의 손길은 꼭 엄마가 아들 머리를 감겨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

“별말씀을…. 삼만 원이야.”

“왜, 삼만 원일까?”

“특별 서비스였거든. 나도 먹고살아야지.”

“그래서 네가 걱정이 없구나.”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혹여나를 위로받기만을 원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위로를 꽤 잘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보통 사람들이 나에게 위로를 받고 하는 말이 있다. 

“너는 정말 재미있게 말을 잘해. 너와 이야기를 나누면 위로가 돼. 넌 참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 같아. 늘 너의 위로 덕에 힘이나. 고마워. 그런데 너는 힘들지 않아?” 

“너의 힘든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공감해. 어떤 말이 너에게 위로가 되는지, 그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내가 잘 알지. 그래서 너에게 위로하는 거야. 나의 위로가 힘이 되었다면 나는 정말 고맙지. 나? 나는 힘들지 않아. 언제나 좋아, 괜찮아. 언제든지 위로가 필요하면 전화해. 달려갈게.”

 나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위로가 내게 필요한 위로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간혹 위로한다고 최선을 다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정말 미안한데, 너의 위로가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아. 그만했으면 좋겠어. 왠지 와닿지 않네. 하지만 위로하려는 너의 모습이 나에게 위로가 돼.”      


 씩씩한 사람도, 여린 사람도, 어느 누구라도 때로는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다. 그날, 그 사람 곁에 따뜻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사람에게 위로받는다. 누군가 했을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아무도 안 했다면 윤 작가의 명언 집에 올려야겠다. 내가 썼지만, 글귀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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