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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웅 Apr 15. 2024

기억도, 추억도 아닌 회억을 아세요?

 회억 정원. 세월호 10주기 특별전 제목이다. 회억, 처음 듣는 단어였다. 한자로는 回(돌 회) 憶(생각할 억)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인문학 단어였다. 인문학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의 시간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독일의 미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자주 사용한 용어이다. 회억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연대와 실천의 기억을 의미한다.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해될 때까지 검색해야겠다. 기억과 추억은 지나간 것을 돌이켜 생각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단지 기억은 머리로, 추억은 가슴으로 생각한다고 할까? 그럼 회억은?     

 


 회억은 (···) 과거의 순간들로부터 새로운 현재를 불러내어 그것을 떠올리는 '지금 시간'과 공명하게 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과거는 (···) '지금 시간'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는 것이다._ 미학자 김남시 논문 「과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 발터 벤야민의 회억 개념」(2015) 중이 설명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예가 떠오릅니다. 영화 <러브레터>인데요. 주인공 여성은 죽은 연인을 너무나 그리워 한 나머지, 그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답장이 오죠. 주인공의 연인과 이름이 같은 한 여성으로부터 온 편지였습니다. 주인공은 그녀를 만나게 되고, 자신도 미처 몰랐던 연인의 아름다운 내면을 발견하게 되죠. <러브레터>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영화주인공이 생각지도 않게 받은 답장이 ‘회억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세상을 떠난 연인과의 “과거의 순간들로부터 새로운 현재를 불러”낸 것이 바로 그 편지였으니까요. 이때부터 과거의 연인은 “ 지금 시간’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됩니다. 연인을 그저 기억하거나 추억하기만 했다면, 주인공에게 연인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였겠죠. 하지만 편지를 계기로, 과거의 연인은 현재라는 시공간 안에서 전혀 새로운 존재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미 세상에 없는 연인을 생전의 시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과거-현재-미래가 하나의 시간대로 이어져 아름다운 ‘사랑의 회억’을 빚어낸 것이죠. 

출처: https://blog.hyosung.com/4772 [미디어 효성 블로그:티스토리]     

  



 회억은 머리도, 가슴도 아닌 잊지 않겠다는 과거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현재가 만난 연대와 실천의 기억을 말한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닌 현재의 실천이 동반되는 행위다. 회억이 필요한 이유는 304명의 죽음에 대한 사회 공동의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억 정원은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활용해 다양한 예술작품을 탄생했다. 회억 정원은 유류품을 활용한 예술작품 전시와 아이들이 남기고 간 기억물품 전시로 나뉘어 있다. 두 곳의 전시를 둘러본 후 나는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흐린 눈으로 전시물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았다. 세월호 유가족이자 전시실 안내를 맡은 어머니가 내 곁에 앉았다.      

 “관람하기 힘드시죠?”

“예상은 했지만 쉽지 않네요.”

“저희도 그렇답니다. 소중하게 간직한 아이들의 유품을 꺼내놓기 힘들었었어요. 하지만 우리의 추억이 아닌 모두의 회억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미가 컸죠.”

“저는 황미경 작가의 안전화가 뭉클했어요.”

“짝이 없는 희생자의 신발을 모델로 잃어버린 다른 쪽의 신발을 도자기로 제작했어요. 도자기는 관리가 안 되면 쉽게 깨지죠. 우리의 생명과도 같죠.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결코 회복할 수 없죠. 그리고 작가는 주인 없는 물건들을 온전하게 집으로 보내주고 싶었데요. 우리는 모르잖아요. 그 물건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잖아요.”

“그렇죠. 우리는 모르죠.”     


 세월호 10주기 기억 물품 특별전 회억 정원은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3, 4 전시실에서 2024. 3. 29. ~ 5. 5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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