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얼굴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웅 Mar 20. 2024

세월호 참사 10주기
안녕하십니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고 책임을 물으며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재난 참사로 고통당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전국 시민 행진을 시작합니다."


 2024년 2월 25일 제주도에서 시작된 행진이 3월 15일 안산에 도착했다. 09시에 안산시민 300여 명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안산 리본 광장에서 시작하여 단원고를 거쳐 아이들이 가장 많이 있는 하늘공원 그리고 광명시청까지 30km를 행진했다. 나는 걷다 보니 대안학교 학생들과 어울려 걷고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20여 명은 조곤조곤 쉼 없이 서로 이야기하며 걸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훔쳐 들으며 심심하지 않게 걸었다. 안산에서 광명까지 30km는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나에게 쉽지 않은 거리였다. 20km 정도 걸으니, 오금이 저리고, 허리가 아파져 왔다. 잠시 쉴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며 허리를 풀었다. 행진하는 우리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앞서가는 진행차의 소리를 듣고 거리로 달려 나와 손을 힘껏 흔들어 주는 시민도 있지만 “문재인은 빨갱이다”를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세월호와 문재인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무조건 외치고 보는 것 같다. 행진이 광명 시내에 들어서니 퇴근 시간과 물려있었다.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가 행진 여파로 차량정체가 심했다. 정체된 차량은 행진단을 향해 응원과 야유를 보냈다. 응원을 들으면 없던 힘도 솟아났지만, 욕을 들으면 이내 힘이 빠졌다. 문제는 경적이었다. 차 안에서 내는 경적 소리는 응원인지, 욕인지 구별이 힘들었다. 나는 경적 소리로 피아 구분법을 만들어 봤다. 피아 구분법은 누구처럼 국민 갈라 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행진에 점점 지쳐 가는 나의 정신을 붙잡기 위한 궁여지책일 뿐이었다. 


 거리에서 응원과 야유를 보내는 시민들의 피아 구분은 쉽다. 보통 저쪽(피)은 욕을 한다. 행진단에 달려들어 깃발을 뺏기도 한다. 뜬금없이 전직 대통령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쪽(아)은 주로 여성분들이 많다. 특히 자녀와 함께 길을 걷는 주부들은 경계석까지 다가와 손을 흔들어 준다. 학생들은 주부들보다 더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행진이 다 지나갈 때까지 허리 숙여 인사를 하는 학생을 봤다. 행진단 뒤를 따르며 구호를 같이 외치는 학생도 있었다. 경적 소리는 저쪽(피)은 일단 창문을 내리지 않는다. 경적을 오랫동안 길게 누른다. 간혹 경적 소리와 함께 창문을 열고 욕을 하는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다. 이쪽(아)은 일단 비상등을 점멸한다. 경적은 스타카토로 짧게 여러 번 누른다. 간혹 대한민국(빵빵 바빠 빵) 소리로 응원한다. 응원과 야유를 들으며 광명시청까지 행진을 마쳤다. 마무리 집회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발언이 있었다.    

  

“제주부터 광명시까지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시민 여러분, 저희 행진이 죽은 아이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도 제가 행진하는 이유는 딱 하나, 제가 아이를 먼저 보내보니 죽을 것같이 아팠습니다. 이 아픔을 다른 부모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딱 하나뿐입니다. 진도 앞바다에서, 이태원 거리에서, 오송 지하차도에서 죽지 않아도 되는 생명이 죽어가는 사회가 아닌, 우리 모두 함께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문자를 했다.

- 오늘 아침, 시청 앞에서 행진단을 등지며 차량통제 했지?

- 어떻게 알았어. 

- 멀리 있어도 뒷모습만 봐도 안다.

- 오늘 아침에 제복 입은 경찰들이 백 명 넘게 출동했는데, 그것도 뒷모습만 보고 나라고 생각했다고? 말이 돼?

- 자식은 몰라도 부모는 자식 뒤통수만 봐도 아는 법이다. 네가 부모 마음을 알아?


매거진의 이전글 분위기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