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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 Dec 25. 2023

너의 삶을 축하해

떠나보내는 마음 #3

방에서 홀로 눈물을 훔쳤다.


브런치 '발견'에 올라와있는 글들을 탐방하던 중 우연히 익숙한 그의 이름을 보게 되었다. 다름 아닌 그의 부고 소식.

아, 결국. 이 소식을 듣게 되다니.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스타그램에서인가, 유튜브에서인가, 이 대장암 4기를 진단받았다는 젊은 청년을 알게 되었다. 내 또래고, 다른 암이지만 기수가 같아 단번에 관심이 갔다.

그가 올려둔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아, 예술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구나, 와, 젊은 나이에 서울에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한다니,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암 진단을 받았다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아팠던 건, 가족 없이 혼자 생활하는 듯했다. 무슨 사정인진 몰라도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없었다. 가족 없이 병을 진단받고 이겨내야 한다니...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끔씩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그의 계정에 들어가 보곤 했다. 잘 지내고 있는지, 치료는 잘 받고 있는지. 그 과정을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 해나간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가히 존경스러웠다. 이런 사람의 강인함은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주변에 좋은 친구들 덕에 조금이라도 덜 외롭고, 덜 힘들길 간절히 바랐다.


브런치에서 부고소식을 보자마자 곧바로 그의 인스타그램에 다시 들어갔다. 그가 유튜브에 올린 이사 영상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불과 저번 달에도 그의 인스타그램에 방문했었다. 이런 일들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그들의 길은 너무나 가팔라서 한눈팔 새도 없이 어느새 종착지에 다다라 있다.


아, 너는 이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올려둔 사진들을 보니, 저번 한 달 동안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고마움을 전하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반려견을 다른 이에게 맡기고, 이때까지 살아온 삶의 뚜렷한 흔적들을,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 둘 정리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수만 번 수천번 단념하고 체념했어도, 삶에 대한 욕망이 털끝만큼도 없었을 수가 있을까.


너의 삶을 축하한다. 너의 삶을 존경한다.

너는 이 세상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넌 날 전혀 알지 못하지만, 지금 다른 세상에서 눈물로 얼굴을 적시며 네 이야기를 하는 날 볼지도 모르겠지. 나도 널 잘 모르지만, 언젠가 그 시간이 나에게도 온다면 더 알아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네가 올려놓은 버킷리스트를 보았다. 절반 가까이 체크된 너의 버킷리스트. 다 이루지 못하고 떠났지만, 거기서 그 이상을 이루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마지막 사진들 속에서의 네 모습보다는, 3년 전 건실한 여느 청년의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를. 그곳에서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껴주는 가족을 만나기를. 너의 찬란한 삶이 우주의 무궁무진함 속에서 계속해서 반짝반짝 빛나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2023년 12월 15일 향년 31세의 나이로 우주의 별이 된 삼가 故임현준 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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