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우울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지 않으면 우울함에 내가 잡아먹힐 듯한 느낌에.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달리고 나서야
조금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눈을 감으면
나름 살만한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살아야만 했다.
난 겁이 많아 죽을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래서 살 수밖에 없었다.
비겁하게가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야 해.
부디 지난날의 모든 나를 용서하길.
죽고 싶을 순간이 앞으로도 여러 번 찾아오겠지만
그때마다 탓하지 말고
다시 한번 용서해 주길.
우울에는 완치가 없음을 알기에.
그저 살기 위해 잠시 숨기고 잠잠해지는 것일 뿐.
달리기가 멈추면,
심장은 더더욱 세차게 뛰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언젠가 이 달리기가 끝나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 순간이 오면 난 나를 믿고 다시 달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