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나의 계절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그대의 세상만 찬란하다면,
나는 그 안의 그림자여도 괜찮으니.
나는 세상의 모든 빛을 훔쳐
그대의 하루에 흩뿌리고 싶습니다.
꽃잎의 붉음도, 숲의 연둣빛도,
윤슬의 푸름까지 전부 훔쳐
그대의 이름으로 물들일 거예요.
그대의 발자국마다 새벽이 피어나고,
그대의 눈길이 닿는 자리마다
햇살이 쏟아지는 세상이라면
전 그늘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껴요.
그러니 그대는 나의 구원이 되어주세요.
어둠 속에서도 내가 미아가 되지 않게,
그대의 빛으로 나를 불러주세요.
혹시 그대가 멀어진다 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의 빛을 기억할 거예요.
그 빛이 내 마음에 남은 한 줄기 길이 되어
다시 그대를 향해 걸어가게 할 테니까요.
계절이 수없이 흘러가고,
꽃이 피고 져도 변치 않을 한 가지-
설령 내 계절이 흑백으로 돌아간다 한들,
그대가 있는 세상이면,
그 안의 어둠조차 아름다운 빛으로 보일 테니.
그렇게 나는 오늘도, 그대를 향해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