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를 쓴 밤, 나는 비로소 살기로 했다
어제, 유서를 썼다.
특별한 일이 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문득,
끝이라는 것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어느 날 불쑥 찾아왔듯, 죽음 또한 그럴 테니까.
언젠가 마주할 그 끝을 조금은 덜 두려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는 연습이었다.
삶은 늘 어수선했고,
기억은 흐렸으며 마음은 무거웠다.
그럼에도 나는 그저 ‘나답게’ 끝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펜을 들었다.
돌아보면 참 미련하고 후회스러운 날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세상 탓, 사람 탓, 타이밍 탓—
모든 게 남 탓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선택은 내 몫이었으니,
어쩌면 그게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어야 덜 아팠다.
종이 위에 적힌 문장들 속에서 나는 조금은 후련했고, 조금은 미안했다.
유서란 결국, 남기고 싶은 말보다 남기지 못한 마음이 더 많은 글이었다.
아무도 몰라도 좋았다.
그래도 속으론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기억해 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덮었다.
죽지 않기 위해.
살아 있는 이 손으로,
‘그날’을 준비하는 글을 적어 내려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