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가치 있는 삶
사람은 정치, 사회, 종교적으로 각자 가지고 있는 신념이 다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다만, 브랜드는 사람이 만들었기에 창업자의 주관적인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창업자는 자신의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포지셔닝되면 좋을까?’하는 생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빈식스도 마찬가지다. 나도 한 브랜드의 조물주로서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고민해야했고, 그 가치를 지지하고 빈식스커피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을 찾아 하는 사업적 과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물리적 시간으로 볼 때 빈식스는 겨우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아기라서 브랜드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브랜드는 정식 론칭도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빈식스가 브랜드로서 지향하는 가치를 논하기는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지만, 브랜드 메이커로서 셀프 비전 선포를 해 본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가치 있는 삶
어느 날 커피를 마시며 브랜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할 때 마음 한편에서 떠오른 문장이다. 분명 더 크고 영향력 있는 삶 같이 더 굵직한 표현도 있는데, 그날따라 왠지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이라는 표현이 커피의 본질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지향하는 것은 대부분 크고 좋은 것을 자기 관심의 가운데에 둔다. 예를 들면 큰 평수의 집, 명품, 좋은 학교, 좋은 직장 같은 것 말이다.
물론 세상에 좋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나 또한 그런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쉽지만 누구나 크고 좋은 것만 가질 수 없다. 만약 그런 것만 원하고 가지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불만족인 삶의 연속일 것이다.
나는 일상에서 한 잔의 커피가 내게 만들어 주는 여유가 좋다. 원두를 곱게 갈고 뜨거운 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 무념무상의 시간을 잠시 즐긴다. 이때 복잡했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도 있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하는 순간,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운 좋게 건지기도 한다.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이라는 말도 커피 타임을 하는 동안 만들어준 선물이다. 평소 항상 크고 누군가에게 영향력 있는 삶만 생각해 오던 나인지라 ‘조금 더’라는 표현은 나름 파격적인 말이었다. 더불어 내가 커피를 더 많이 팔아야겠다는 단순한 목표에서 벗어나 보다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제공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정(情)이 많은 사람들이다. 조부모님과 함께 3대가 살았던 우리 가족들의 모습에서도 나는 집안 어른들이 이웃들과 나누는 ‘정(情)’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당시 집에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께서는 그분께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 드렸고, 밥 한 끼라도 대접하시고 보내셨던 그 모습이 여전히 새록새록하다.
커피의 본질적인 역할
혹시 커피의 본질적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까?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해 주고, 다시 사람들에게 그 사랑과 친근함을 전하는 역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커피는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 그것이 시원하던 따뜻하던 심지어 식었던지 말이다.
아무튼 커피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그것이 본질에 충실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빈식스커피도 본질에 충실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
한편, 브랜드가 사랑받고 있다는 말은 매출과 굉장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쉽게 말해서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상품이기에 많이 팔린다는 의미다. 많이 팔리는 상품들을 잘 들여다보면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나도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그 이유를 이제는 퀴즈처럼 하나씩 풀어 가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이제 앞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텐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브랜드 가치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