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아 - 시계 바늘
여러분은 이별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저는 이별이 참 서툴러요.
잘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잘’ 이별하는 건지 그 방법조차 모르겠고요.
아마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하죠? 이별인데 잘하고 싶다니.
생각해 보면, 저는 아직도 이별 중인 것 같아요.
누군가와의 이별이라기보다,
아마도
과거의 나와 이별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은 참 공평하면서도, 어쩐지 치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정말 소중했던 것들도,
시간 앞에선 너무 쉽게 무덤덤해지니까요.
그러다 결국,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허둥대다가 여기저기 자빠지고, 어퍼지게 되죠.
왜 그럴까요.
잃기 전엔 몰랐던 마음이,
잃고 나서야 그렇게 절실하게 밀려오니 말이에요.
참, 기구하죠.
오늘 함께 나눌 곡은 권진아 – 시계 바늘입니다.
사실, 모든 이별에는
그 이전에 분명 전조현상이 있었어요.
우리가 그냥, 놓쳤을 뿐이죠.
잠깐 구름이 걷힌 하늘을 보고
오늘은 비가 안 올 것 같다고 안심했는데,
우산을 안 챙긴 채 집을 나섰다가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곤 하잖아요.
그 사람의 얼굴도 그랬던 것 같아요.
아주 가끔, 정말 가끔
잠깐 웃어주던 표정 하나에
괜찮다고, 아직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나를 떠올려봅니다.
사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런 고민조차 이제는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아요.
이미 떠나간 마음을
말 한마디로 되돌릴 수 있다면
세상에 아픈 이별이란 건 없었겠죠.
그래요, 이제는 인정하고
조용히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왜 그때는 더 해보지 못했을까.
왜 그때는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을까.
이제 와서야 후회하고 있는 내가
참, 나답기도 하네요.
같은 순간을 함께하고 있었지만
사실 우리는, 늘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죠.
한 사람은 ‘지금’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미래’라는 시간을 함께 그려가고 있었고요.
어쩌면, 그때였을 거예요.
그 마음이 나를 조금 더 빨리 떠나간 순간은.
희미해지다 끝나버린 노래처럼
자연스레 멀어지고 싶었습니다.
감정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담담하게 끝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당신은 이미 다 정리한 사람처럼 돌아섰고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 같았어요.
한 번만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마지막을 흐트러뜨립니다.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참 비겁하게 남아 있네요.
잘 지낼 수 있어.
난 잘 그러니까.
늘 하는 말이죠.
"괜찮아." "익숙해."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데 사실은,
그 말들이 전부 거짓말이라는 걸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요.
괜찮은 척, 익숙한 척, 무뎌진 척
그런 척들이 나는 참 쉬웠어요.
혹시 울음이 터질까 봐
아무 말이나 툭 내뱉는
그 마음까지도.
그 순간을 모를 리 없었던 당신은
끝까지 침묵으로 배려했겠죠.
그게 오히려 더 아팠어요.
이별이니까,
누군가 하나쯤은 솔직하게
흉하게 남아줘야 하는 건데.
이별이니까, 적어도 마지막만큼은
나 혼자 밉게 기억할 수 있도록
그렇게라도 미워하면서
천천히 잊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가장 뜨겁던 정오,
아련했던 오후,
서늘했던 저녁까지
그 모든 시간이 천천히 지나가고,
한때는 나란히 움직이던
우리의 시곗바늘이
이제는 조금씩, 둘이 되어 멀어지고 있네요.
이제, 당신의 시간이
조용히 나를 지나가고 있어요.
하나였던 그 순간도
저만치 멀어져 가고,
저는 시침이 되어
조금 더 느리게,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이별이라는 게
언젠가 부정적이지 않은 얼굴로
서로를 응원하며 마주할 날이 올까요?
그 사람을 위한 척,
사실은 나를 위한 이별이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야만 했던
수많은 날들 속에서.
진심으로, ‘정말 나를 위해’ 이별을 선택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지 않을 그날을 바라고 기다리기보다는,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온전히
지금의 마음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같이 듣고 싶은 곡이 생기면
조심스럽게 들고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