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넛츠 – 사랑의 바보
여러분은 ‘3대 호구 송’을 아시나요?
토이의 ‘좋은 사람’,
김형중의 ‘그녀가 웃잖아’,
그리고 오늘 소개할 곡, 더 넛츠 사랑의 바보.
사랑에 모든 걸 다 내어주는 사람들,
그래서 가끔은 바보처럼 보이던 사람들.
그런데, 오늘 이 곡을 다시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이건 연인이 아닌,
아버지가 딸에게 써 내려가는 편지 같은 곡이 아닐까?
지켜주지 못한 사랑을
먼발치에서 가만히 응원하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처럼요.
사실 너무 유명한 곡이라
소개하는 게 과연 의미 있을까 싶었지만
지금 들어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연인이 아니라
가족, 혹은 딸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바꿔 듣는다면
또 전혀 다른 감정이 되살아나더라고요.
오늘은 그런 마음으로,
이 오래된 노래를 조금 다르게 풀어보려 합니다.
사실, 어떤 누구를 데려와도
딸이라면 아버지는 비교하지 않을 겁니다.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도,
누가 뭐라 해도,
아버지에겐 그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이니까요.
딸이 조금 이기적으로 굴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더라도,
정말 행복하다면—그걸로 충분하다고 믿는 사람.
바로 그런 마음이
이 가사의 진짜 정서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족의 사랑은,
특히 아버지의 사랑은
늘 희생을 전제로 합니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고,
누구보다 늦게 자고,
늘 무겁고 무뚝뚝한 말들 사이에서
가족을 위한 마음은 조용히 쌓여가죠.
그리고 그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말 하나 듣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딸이 잠시라도 웃는 모습을 보면,
그걸로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고요.
당장은 몰라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그저,
그 아이가 짧게라도 행복하길 바라는 게 전부니까요.
아버지는 그렇게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고요히 걸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요.
언젠가는 그 아이 곁에
진짜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예요.
정말 사랑해 주고,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갈 사람이요.
그때까지 나는
그저 잠깐 옆자리를 지켜주는 거죠.
텅 비지 않게,
혼자라 느끼지 않게.
그 사람보다 더 잘해주려 애쓰지도 않고,
부모라는 이유로 간섭하지도 않으며
조용히, 묵묵히,
딸의 하루를 함께 채워주는 일.
가끔은 욕심이 날 때도 있어요.
'조금만 더 이 아이 곁에 있고 싶다.'
'조금만 더, 웃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욕심이
때론 실수가 된다는 걸
아버지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금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
그걸로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거죠.
아이란 존재는
어느 순간 더 이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됩니다.
아마,
자기만의 날개로 세상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겠죠.
예전의 나도 그렇게
부모의 곁을 조용히 떠나왔던 것처럼요.
그러니 나는, 그저 말없이
닿는 거리에서
늘 준비된 마음으로 기다릴 뿐입니다.
“필요할 때 편히 날 쓰도록.”
그 말 한마디조차 부담일까 봐,
입 밖으로 꺼내는 대신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가 말없이 떠나가더라도
그 뒷모습마저도 사랑할 수 있도록.
그건 다짐이자
어쩌면 부모가 아이를 진짜 ‘어른’으로 떠나보낼 수 있는
가장 조용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압니다.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는 것.
그래서일까요,
그 끝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오히려,
끝이 있기에 더 잘하고 싶어지고,
이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되고,
지금의 내 마음을 더 아끼게 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오니까요.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살아보는 것.
그 시간을 끝까지 가보려 해요.
그리고 그 끝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조용히, 묵묵히 남기고 싶어요.
그 순간까지, 나는 여전히 사랑의 바보일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들어,
제가 상상했던 ‘행복’이라는 것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일도, 하고 싶은 취미도
어딘가 모르게 텅 빈 성취감만 남고요.
그러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부부들을 보게 되었어요.
이상하게 참 많은 감정이 스치더라고요.
물론 저에겐 아직 먼 이야기일지 몰라도
가족이란 단어, 그리고 사랑이라는 마음에
자꾸 눈길이 가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조금씩 우리 아버지를 이해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렇게 좋은 자식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도, 함께 듣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곡으로 다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