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마음을 접어, 당신에게

김결 - 종이학

by 보월

여러분은 종이학에 대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어릴 적, 종이학을 유독 잘 접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저도 한번 접어보겠다고 작은 종이를

빌려 꼬깃꼬깃 따라 접어보곤 했지요.

하지만 막상 완성해 보면,

모나고 보잘것없는 종이학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의 것과 비교가 되었으니까요.

어린 마음에, 빌려준 사람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채 제가 만든 종이학을 주먹으로 꾹 뭉개며 말했었지요.

“이건 의미 없는 짓이야.” 그리고는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요. 그저 부러우면 부럽다고,

멋지다고 느끼면 그대로 말하면 될 것을.

인정하는 순간 지는 것 같았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모나고도 못난 마음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종이학보다 더 서툰 마음을 접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종이학보다 더 모나고 서툴렀던 건 제 마음이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텐데,

그때 차라리 서툴게라도 접어서 누군가에게 건넸더라면...

주먹 안에서 구겨져버린

그 종이학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했던

제 마음의 모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곡은 김결의 종이학입니다.

요즘 들어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왜인지 이런 서늘한 곡만 귀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아직도 저는,
서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아니, 어쩌면 서툴고 싶은 걸지도요.
혹은..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건 아닐까요.


우리 손 잡고 놓을 때

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해

우리가 많이 바라볼 때


여러분은 손잡는 걸 좋아하시나요?

저는 사실, ‘잡는 것’보다는 ‘놓는 것’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손을 잡을 땐 별 감정이 없던 순간도,

놓게 되는 그 찰나엔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웅크려 들곤 하더라고요.

참 이상하지요.

같은 곳을 오래도록 바라봤고,

같은 것들을 함께 느껴왔는데도

막상 손이 떨어질 땐,

서로가 어떤 마음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 순간이 낯설고, 서글프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너는 또 어떤 걸 바라

기껏 한다는 한마디가

유치한 장난뿐이라 미안해


잘 몰라서 그랬던 걸까요.
아니요, 알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기껏 꺼낸 말이
그런 유치한 장난이었겠죠.
그저 말을 걸고 싶었던 마음,
그보다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을 서툴게 포장하다 보니
오히려 멀어지게 만든 건 아닌지,
지금에서야 생각하게 됩니다.

진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강한 무기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아직 저는
제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조차 잘 모르겠는걸요.


바보 같은 맘이

자꾸만 겁을 내네

사실 나는 모든 게 궁금할 뿐야

두려움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그렇게 연습하고, 또 배워왔는데도
누군가를 알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은
여전히 낯설고, 무섭기만 합니다.

호기심은 언제나 시작이었지만
때로는 많은 것들을 서툴게 망가뜨리기도 했지요.
그래서일까요.
이번에도,
이 마음을 놓치고 아쉬워할까요.
아니면, 잡고 나서
더 깊고 강하게 아파하게 될까요.

그저, 저는
이 모든 게 궁금할 뿐인데요.


우리가 과연 언제까지

우리일 수 있는지

그 사소한 걱정에 슬퍼질 뿐야


시작은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더라도,
끝은 언젠가 마주하게 되니까요.

그게 두려워서일까요.
이 끝이 어디쯤 일지,
언제쯤 다다를지
미리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별것 아닌 말 한마디도,
사소한 침묵조차도 마음에 걸리고
이상하게 외롭고, 괜히 슬퍼집니다.

아직 ‘우리’인데도,
이미 끝을 상상하고 있는 마음이
참 못났지요.


이대로 천지가 무너진다면

이대로 벼락을 맞게 된다면

사랑은 여러 개의 모양으로 나뉘어


자연재해라도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감정을
정말 어쩔 수 없는 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면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요.

그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압도적인 무언가가
이 마음을 덮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참 여러 모양으로 나뉜다지만,
문제는 항상 ‘그 사람’이 아닌,
‘나’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
괜히 더 서글퍼집니다.


하필 내 사랑은 외이리도 모난 건지

너에게 주기에도 부끄러워 건넬 수가 없네


정말 예쁘고, 고운 것들만 건네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정성껏,
조금이라도 덜 모나게
그렇게 마음을 쓰고, 또 다듬어보았는데요.

막상 글로 옮기고 나면
손으로 만들고 나면
건네고 나면
그토록 완벽하다고 믿었던 마음도
순식간에 초라해지곤 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요?
아뇨, 그 사람이 아니라요.
저 자신이,
이 서툰 마음을 품고 있는 저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고요.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부끄러워서
끝내 건네지 못한 마음이
제 손 안에서 조용히 떨리고 있습니다.


난 날 무적이 돼라 하고

더 주지 못한 자신만을 탓하고

저기 같은 마음에 난 깊이다 못해 부서지려 해


이런 감정 하나로는
무너지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습니다.
좀 더 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더 따뜻했더라면
그런 후회를 안고,
다시 한번 제 자신을 탓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은 더 깊어지다 못해
버틸 수 없을 만큼 조용히 가라앉습니다.

스스로를 ‘무적’이라 믿었던 저는
어느 순간,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고립되고 맙니다.

점점 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들고 싶어 집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쓴 마음이
결국 저를 더 외롭게 만들어버리는 순간입니다.


점점 더,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요.
점점 더,

밝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데요.

곧 아주 열정적인 여름이 다가옵니다.
이 계절은 열정을 담금질하기에 딱 좋은 온도와
푸른 하늘로 주변을 환히 비춰주는 풍경을 함께 데려오지요.

어쩌면,
지금은 미완성인 제 마음을 그대로 보여드리며
조금은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이에요.

그럼, 일단
신발끈부터 묶어볼까요?
밖에 나가서 조금 걷거나 뛰다 보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오늘도 끝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같이 나눌 수 있는 노래가 생긴다면
다시 찾아올게요.

안온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부디, 그 하루의 모양이 당신 마음에 부드럽게 스며들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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