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를 들고, 웃는 연습

윤마치 - 항복

by 보월

가끔은, 정말 보잘것없거나 아주 강렬한 하나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침할 때 특이한 소리가 난다든지,

아끼는 자동차에 이름을 붙인다든지,
혹은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라든지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저는... 사소한 것에도 웃을 수 있었던 사람이 떠오릅니다.
부끄러워도, 그 부끄러움을 기꺼이 즐기던 아주 멋진 분들이요.

윤마치는 그런 사람입니다.
몽롱하고도 날카로운 음색,
감정을 짚어내듯 가사를 눌러 담는 방식.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의 음악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는 또 지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멍하니 바라본 핸드폰 알림에,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에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음악을 듣는 동안만큼은
지는 것조차 하나의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
백기를 들며 살아남는 법.
포기와 항복, 그 사이 어딘가에
우리의 일상이 놓여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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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둬, 명령은 commander.”


분명 외침에 가까운 말이지만,
어쩐지 그 절규마저도 너무 익숙하게 들렸습니다.

명령에 저항하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그 명령대로 움직이고 있는 나.
스스로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전쟁터 위에 선 삶을
그저 순응하듯 살아가는 자신을
그날 저는 또다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나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낯선 체념 앞에서,
침대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아침을 알리는 알람,
기운 빠진 오후,
단 것을 삼키며 억지로 위로받는 순간들.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드라마 속 자극적인 이야기들.

이 모든 것이
저항하지 못한 채 조용히 항복하게 만드는
작은 무기들 같았습니다.

가끔은 세상이 전부 적처럼 느껴졌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다가오는 피로,
알림 하나에 뺏기는 마음,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는 감정들.

그래서 요즘은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10년만 젊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이렇게 쉽게 지치지는 않았을 텐데요.
실없는 농담처럼 툴툴거리며
스스로를 달래보는 순간입니다.


저는 그날,
하얀 천을 조용히 들어 올렸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
모든 걸 내려놓는 것이
패배만은 아니라는 마음으로요.

그것은 아주 작은 반란이었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그러나 분명히 '나로부터 시작된' 변화였습니다.

평화를 원했습니다.
약해도 괜찮다고,
이제는 공격을 멈춰달라고,
제자리에 저를 그대로 놔두어달라

이미 저는 너무 지치고 괴로웠거든요.

그래요.
당신의 연락 앞에서는
저항도 의미 없었습니다.

그 한 줄의 메시지에
생각보다 훨씬 쉽게,
조용히 항복해버렸습니다.

저는 그냥, 조금 더 재미있게 놀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살아보고 싶었을 뿐이고요.

그냥... 조금 더 원했을 뿐입니다.
하루를요.


오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써보았습니다.
가사를 그대로 인용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제 언어로 풀어내는 시도를 해봤어요.
오히려 그 편이 저에게는 더 가까이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백기가 해방이길 바라면서, 다음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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