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 – 입춘
점점 더워지는 게 피부에 와닿는 요즘입니다.
선크림 없이는 버티기 힘든 자외선,
조금만 걸어도 송골송골 맺히는 땀,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온기까지.
이제야 여기저기 봄꽃이 피어나고
생명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것 같은데,
왜 벌써 봄이 떠나려는 걸까요.
아쉽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이 감정,
계절보다 마음이 먼저 여름을 그리워하지 못해
봄을 붙잡고 싶어 집니다.
여러분은 봄이면 어떤 노래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아마, 벚꽃엔딩을 떠올리실 거예요.
근데 저는... 봄이면 늘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신기하게도,
정작 이 노래는 봄이 올 때보다, 봄이 떠날 때
더 선명하게 찾아와 주는 것 같아요.
아마도, 봄을 그리워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겠죠.
처음엔 들뜬 마음으로 봄을 맞이했는데,
지금은 봄이 벌써 끝나버렸다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더 자주,
이 노래를 듣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한 줄만으로도
그 어떤 인사보다 따뜻하고 조심스럽습니다.
마치 계절이 먼저 나를 알아봐 주는 것처럼,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봄이 스며드는 순간이 있어요.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르고,
기술도, 변화도 숨 가쁘게 지나치는 지금.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개화하는 봄을 기대하고,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한로로의 ‘입춘’이 건네는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라는 물음은
단순히 계절을 묻는 말이 아니라,
내 마음은 정말 준비되어 있는지,
그 기다림에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시작이 됩니다.
기다리는 봄에게,
놓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이건 누군가에게 바라는 다짐이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지키고 싶은 약속처럼 들려요.
비록 알고 있어요.
그 약속을 지키려다 보면,
결국은 초라한 나를 꺾어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요.
그래도... 누군가는 말해줘야 하니까요.
당신은 여전히 피어날 수 있다고.
아슬히 고개 내민 그 마음,
그 계절을 보내지 말라고.
푸른 낭만. 낭만은 참 많은 것들을
낭비하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청춘은,
유난히 시간과 감정을
가장 많이 내어주는 시기인 것 같고요.
그래서일까요.
어느 계절보다 벅차고 아름다운 봄날이
그렇게 쉽게 시들어가는 게
조금은 아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이제야 알겠어요.
제가 이 노래를,
봄이 갈 때쯤 듣고 싶었던 이유를요.
그건 어쩌면,
이 봄을 제대로 돌아보기 위해서였나 봐요.
지나온 계절에,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돌아봐 달라고 말하는 봄이
그동안은 그냥 스쳐가는 소리였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외면하고 있었던 봄과,
마주칠 수 있는 용기.
그걸 이 노래가, 조용히 건네고 있었네요.
여러분의 봄은,
어떤 인사를 건네고 있나요?
저는 조금… 부끄러운 봄이었어요.
다이어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세상엔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 걸까요.
그래도 이번 봄이 보여준 순간들을
하나하나 기록해두다 보니
왠지 내년 봄은
조금은 다르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확신이 생겼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꽃은,
활짝 피어나다 못해
만개하길 기도할게요.
그럼, 다음 곡으로 다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