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다루는 법을 잊어버린 날들

차우 -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잘 안돼

by 보월

가끔은, 하루가 너무 버거워서 고장 날 때가 있습니다.
마치, 당연하듯 괴롭히는 상사들이 그날따라 버거워서
마치, 당연하듯 배려를 권하는 동료들이 그날따라 미워서
마치, 당연하듯 원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계산적으로 보일 때


그럴 때면, 제일 먼저 무너지는 건
'내 감정'이에요.
화를 내는 것도, 우는 것도,
심지어 웃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될까요.
감정이라는 건 내 편일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더 몰아붙이는 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감정이 고장 났다는 말,
처음엔 너무 부정하고 싶었지만

요즘은 그 말에 조금씩 기대게 됩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잠시 고장 난 거라고.
금방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작동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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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들고 온 오늘의 곡은
차우 –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잘 안돼입니다.

사실 누군가를 좋아할 때처럼 설레는 감정이면,
삐걱거리는 순간조차
내가 서툴러서 그런 거라고,
귀엽게 포장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노래가 듣고 싶은 날은,
그런 마음이 아니에요.
혼자서 널브러진 감정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느낌이라—
많이 쓸쓸하고,
많이 외롭습니다.

왜 미워하는 것도
이젠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걸까요.
철이 든 걸까요,
아니면 그저 마음이,
지쳐버린 걸까요.


웃는 법을 잊어버린 듯해.

어릴 적엔, 낙엽 하나 떨어지는 걸 보고도

웃는 나이라 했죠.
그런 말, 한때는 참 과장됐다고 생각했는데

서른 즈음에 들어서니
그땐 정말 뭐가 그렇게 즐겁고 재미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나는 오늘 하루,
참 자주 웃어보려고 애썼어요.
농담을 던지고,
사람들을 웃기고,
그들이 잠시라도 가볍게 웃어주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스스로는,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 하루가
고요히 내게 다가와 앉았네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참 갈수록 어렵네.

최근에, 사랑한다고 말한 적 있나요?
저는.. 없네요.
심지어 스스로에게 조차도 요.

화가 난다고,
이 상황이 불편하다고,
솔직히 말해본 적은요?
아.. 그것도 없어요.

정말 어렵네요.
이토록 간단해야 할 말들이,
왜 이렇게 목 끝에서 자꾸만 걸릴까요.

그래서 요즘은,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부끄러워집니다.
나는 아직도 나답게 감정을 꺼내는 법조차
모르겠는걸요.


풍선이 돼 버린 듯 툭하고 건들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데

그게 폭탄이 아니라,
풍선이라는 게
더 마음을 아프게 해요.

아주 연약하고,
툭 치면 통통 날아가 버리고
잡으려 하면 미끄러져 올라가고
공중에서 아슬아슬 떠 있다가
어느 날,
날카로운 모서리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펑! 하고 터져버리는 그런 풍선.

소리만 크고,
정작 터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래요. 아무 데도,
아무에게도 지장을 주지 않는 그런 풍선이요.


오늘은, 그런 풍선 같은 하루였습니다.

울고 싶다고 생각해서
정말로 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데 저는,
웃고 싶다고 해서
정말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조금 다를 거예요.

내 마음이니까,
그 마음을 다루는 건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다음에도, 또 같이 듣고 싶은 노래가 생기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여러분의 풍선은 쉽게 터지지 않고
오래도록 가볍게, 그리고 따뜻하게

누군가의 하루 곁을 조용히 둥둥 떠다니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참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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