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감정으로 쓴 글
저는 글쓰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무언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날보다,
쓰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 날이 더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필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베껴 쓰고,
좋아하는 글귀를 따라 적고,
가끔은 음악 가사까지 필기장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따라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 문장들이 마치 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밤마다 베껴 썼던 가사들,
한 구절만 읽어도 마음이 움직이던 에세이의 문장들
그걸 베끼는 행위가, 제 감정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 문장들은 내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의 감정을 빌려 표현한 내 착각이었다는 걸요.
브런치 스토리에 여러 곡들을 소개하면서,
저는 처음으로 ‘저작권’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는 목적이 수익화는 아니었어요.
그저 어떤 감정이 좋았고, 어떤 문장이 예뻤고,
그걸 나누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죠.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글들이 쌓이고, 누군가가 그걸 하나의 콘텐츠로 묶는다면
그건 정말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작권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세계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시, 소설,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컴퓨터 프로그램 등과 같은 저작물에 대해
창작자가 가지는 권리”라고는 쓰여 있었지만,
그 문장을 읽고도 제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까지 써온 거의 모든 글에는
‘가사’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혹은 어떤 문장을 시작하기 위해
저는 늘 누군가의 가사를 인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작권 침해란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저작물의 무단 복제, 공연, 방송, 전시, 배포 등을 포함하며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제 글들도 혹시 누군가의 권리를 무단으로 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수익성을 목표로 글을 쓰는 건 아니었지만,
이대로 계속 쓰다 보면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묘한 불안감이 자꾸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습니다.
가사를 인용할 땐 꼭 출처를 밝히고,
직접적인 문장을 쓰기보다는 감정만 빌려와 표현해보기도 했죠.
글의 구조를 바꿔보기도 하고,
내 문장처럼 보이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긴가민가한 기분에 빠졌습니다.
마치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느낌이었어요.
너무 큰 옷은 나를 감췄고,
너무 작은 옷은 내 숨을 막았죠.
‘이건 괜찮은 걸까?’
‘이건 내 글일까, 아니면 여전히 누군가의 문장을 빌리고 있는 걸까?’
창작과 윤리 사이에서 저는 여전히 균형을 배우는 중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감정을 빌려 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 감정으로, 제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여전히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가 쓴 문장’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보려 합니다.
돈이 목적은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쓰고 있을 뿐입니다.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쓸 수 있었고,
알았기 때문에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의 소중한 지적 재산과 권리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제 방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