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끝, 그런 밤

어반자카파 그런밤

by 보월

참 신기합니다.

요즘은 그렇게 혼자이고 싶었는데,
막상 혼자가 되면 생각이 너무 많아져 글만 자꾸 써내려갑니다.

저는 어쩌면 이 외로움을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오늘도 정말 평범한 하루의 끝이었습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운동하고, 밥 먹고, 씻고, 방 치우고.
세탁기는 이거 없었을 땐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요?
건조기는 또 어떻고요.
넣기만 하면 짜잔! 하고 완성입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제 하루는 정말 완벽한 것 같은데,
이 넓은 공간에 혼자 던져진 기분이란 참.

외롭습니다.

오늘 제가 가져온 곡은
이 외로움을 함께 나누어줄 노래입니다.

어반자카파의 『그런 밤』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문득 외로운 날,
생각이 많아서 잠들 수 없는 밤.

정말 아무 이유 없습니다.
제 일상엔 특별한 것도 없지만,
소소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거든요.

완벽하게 하루를 보냈다는
그 만족감 하나만으로 충분해야 할 텐데,

모든 일상을 깔끔하게 처낸 뒤
성취감 말고 따라오는 건 무엇일까요.

아, 나눌 사람이 없구나.

찾아갈 곳 하나 없는 쓸쓸한 밤.
평범한 하루 끝, 그런 밤.

그렇군요, 나는 여기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겠죠.

지금 서 있는 곳은 찾아갈 곳 하나 없는 그런

'평범한' 하루의 끝입니다.


신기합니다.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할 체력과 시간이 분명히 남았는데,
또 늘 보던 드라마를 틀고 있네요.
새로운 걸 배우기엔 너무 귀찮고 힘든 거겠죠.

한없이 초라해지는 내 맘.
또 그런 날, 오늘도 그런 밤.

아, 이렇게 그냥 흘러버린 하루가 아쉬워서라도 뭘 해야겠어요.
뭐가 좋을까요?

내 하루를 무채색의 회색으로 물들이는 감정들을 떨쳐야겠습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색을 찾아 천천히 걸어보려 합니다.
저는 파랑을 좋아해요.
보색인 노랑과 만나면 무채색이 아닌 초록으로 피어나거든요.

파란 하늘을 만나기 위해,
잠깐 함께 걸어보지 않을래요?


잠깐 나가서 걸어보니 느낌이 참 다르네요.

밤이라 그런 걸까요? 이제 여름이잖아요,
조금 더워야 하는데...

뭔가 벌레들이 많고,
그냥 좀... 조용하고...

오늘따라 차갑게 느껴지는 밤공기

숨을 크게 들이쉬며 두 눈 감는다


이 기분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셔 봅니다.

그래요, 바로 이 기분.

혼자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입니다.


그래요, 저는 이 고독을 즐기기로 했어요!

기분 좋았던 하루를
이런 감정으로 망칠 순 없잖아요.

언젠가 읽어야지, 하며
추천받았던 책을 펼쳤습니다.

할 일이 참 많은데,
할 일은 또 없는 날.

갑자기 떠오른 영어 공부는 또 어떻고요.

아니에요, 옷 정리를 할까요?
지난 여름 옷은 전부 버렸으니까.

쇼핑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
할 일이 참 많은데,
할 일이 참... 없네요.


생각이 많아서 잠들 수 없는 밤

찾아갈 곳 하나 없는 쓸쓸한 밤

평범한 하루 끝 그런 밤


내일은 주말인데, 금요일 같지 않은 일상이네요.

저는 왜 이렇게 금요일을 기다린 걸까요?

분명 이번 주를 열심히 보냈는데,
왜 이렇게 힘든 시간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걸까요.

아, 이제 알겠어요.

남들이 제때 했던 숙제를
나는 지금 하고 있군요.

그래요, 밀린 숙제를
지금이라도 하는 게 어딘가요.

꼼꼼히, 하나씩 마무리해볼게요.

기다리라고, 내 행복!
내가 곧 따라잡을 테니까!

오늘은 내가 졌지만,
내일은 좀 다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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