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오늘새벽사이가 두렵지 않길

온유-O (Circle)

by 보월

요즘,
새벽에 오는 감정이 참 두려웠습니다.

산산이 깨뜨려 부정하고,
조각을 다시 맞추다가 또 망가뜨리고,
다시 부정하고, 또 조립하고.
그렇게 점점,
스스로를 괴롭히는 방법만 진화해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노래가 조용히 다가와주었습니다.



“부족하지도, 완벽하지도.”



그 짧은 구절 하나에,
무겁던 새벽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기억해보면,
저는 완벽해지려고 애쓰면서 동시에
제 부족함을 끝없이 벌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노래.
그런 음악이 새벽을 건너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오늘은 여러분께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곡은 온유 – O (Circle) 입니다.


그리고 요즘,
새벽을 버티기 위해 꽂혀 있는 놀이가 하나 있어요.

‘구멍’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양말에 구멍이 났다는 걸 표현해보기.

유명한 문장이 있죠.


“어쩜 가난이란 것은 발끝까지 옮는지.”


단어 하나를 쓰지 않고도
그 감정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문장.
그 표현의 절묘함이 좋아서,
저도 제 나름의 놀이를 해보았습니다.

이번엔 ‘온유 – O (Circle)’을 들으며


영원히 태양, 바람, 구름, 비와, 바다로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사이로

만남, 이별, 모두, 다른 적 없는


태양, 바람, 구름, 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만남, 이별

모두, 다른

이 단어들을 조합해
의미 있는 문장을 만들어보려는 놀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어요.
음악은, 이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하죠.


“부족하지도, 완벽하지도.”

그 한 구절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게 되더군요.
정말, 저는 부족해서 힘든 걸까요?

사실 예전보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많아졌고,
볼 것도 들을 것도, 감탄할 것도 넘쳐나는 세상인데…
왜 이토록 마음은 비어 있는 걸까요?

문득 떠오른 가사가 하나 있었어요.


“이름이 채 붙지 않은 마음이 있어”

아, 어쩌면
제가 괴로웠던 이유는 이 감정의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울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외로움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이 마음.

하지만 정확히 모르겠는 이 감정도,
어딘가에선 분명 저를 살리려고 나타난 거겠죠.
그래서 전, 이 마음에 행복한 이름을 하나 붙여보기로 했습니다.

‘데이지’라고요.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에요.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은 가벼워지고, 조금은 따뜻해지거든요.

이제 이 공허함도
그저 이름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사무치게 외로웠을 때, 서로 그렇게 닮아서

말없이 안을 수 있는 우리, 우리


예전의 저는 늘 위로받고 싶어 했습니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길,

내 마음을 먼저 알아봐주길 바랐죠.
참 이기적인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 감정을 혼자 견딜 수 있게 된 순간들 덕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아픔을 내가 감싸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 없이 안아주는 것.
많은 설명 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
입에 따뜻한 음식 하나 넣어주고,
“이런 게... 좀 도움이 될 것 같았어.”
그 한마디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기억에선 지워져도, 남는 게 있어

기억에선 지워져도,
그렇게 받은 따뜻함은 남아 있더라고요.

곁에 없지만, 닮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
그 추억이 지금의 저를 만들고,
어쩌면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영원을 살아가게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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