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을 잘 거예요, 오늘 하루만큼은

아이유 - 무릎

by 보월

여러분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무릎’.
정확히는 무릎베개요.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때 그 무릎베개를
기억하고 싶어서
매일 마음속에서 꺼내보곤 해요.

아, 그래요.
아마 죽을 때까지 다시는 찾지 못하겠죠?
그렇다고 해서, 그 기억을 놓아주고 싶진 않아요.
아니요. 저는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그날의 감각을,
그 손길의 온기를,
오늘도 조용히 떠올려보려고요.

같이 꺼내볼까요?
오늘의 곡은,
아이유 – 무릎입니다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그래요.

왜 지나버린 오늘을 그렇게 보내지 못하고,

자꾸만 깨어 있는 걸까요?

알아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하루였다는 걸요.

하고 싶었던 것도,

해주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요.

그리고 이 소중한 일상에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참, 가만두질 않네요. 이 마음이.

왜 이렇게 미워할 게 자꾸 생기는 걸까요?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래요.

저 자신을 기다린 거겠죠.

이렇게 혼자 있을 시간을.

아쉬움을 천천히 꺼내어

속 편히 이야기해 줄 ‘그녀’를요.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그래요, 그때가 항상 좋았죠. 우리.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겠어요.

추억은 늘 미화되는 법이라지만,

그래도...

그곳은 분명 따뜻했어요.

그래요, 그렇게

그리운 그 자리를,

오늘도 조심스레 떠올려봐요.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기억도 나지 않을 어느 연휴.
기나긴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겨우 도착한 외갓집 거실.

간단한 놀이 하나 없는 그곳에서
비몽사몽, 낮게 흐르는 ‘전국노래자랑’ 배경음에
몸을 맡기고 누웠던 나.

그때,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 손길 하나가 참 좋았어요.

머리칼을 넘겨주는 손.
그건 사랑이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다정한 마음이었죠.


다시 나에게 내리면

나 그때처럼 말갛게

웃어 보일 수 있을까?”

다시, 그녀가 나에게 와준다면

그때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아마 울 거예요.

너무 오래 참았고,

너무 오래 그리워했거든요.

이제 와서

보고 싶었다”는 말,

그건 도피잖아요?

그땐 못했던 말.

지금 와선 미룰 수도 없는 말.

그래서 아마,

웃지 못하고

울어버릴 것 같아요.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그래요.
지친 것 같아요.
아니, 많이—
아주 많이요.

요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밤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그래서
일어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 기적에 기대어 봐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밤이 오기를요.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스르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스르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그러니까,
깨우지 말아 줘요.

꿈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
이 모든 게,
곧 끝날 거라는 것도요.

그럼에도
부디 부탁이에요.
조금만 더,
이 포근함을 느끼게 해 줘요.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 다정한 온기를,
조금만 더 낭비하게 도와주세요.

오늘 하루만큼은.
정말,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정말, 잊고 싶지 않은 기억에 파묻혀 일어나는 날엔
이유도 모를 눈물이
이불과 베개를 조용히 적셔요.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기운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제 모습을 보고 싶어서
당신이 찾아와 준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더 힘을 내서 이 하루를
조심스럽게 정리해보려 해요.

부디,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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