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충분했지만

치즈- 좋아해

by 보월

이제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긴 힘든 날들이 많이 쌓입니다.

운동, 취미, 아이돌, 드라마...
그 어떤 것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졌어요.

‘좋아한다’는 말 하나에도
설명과 근거가 필요해지는 시대잖아요.

취향일 뿐인데,
왜 이렇게 해명해야 할 게 많은 걸까요?
진심을 꺼냈다가 누군가에게
"왜 그걸 좋아해?"라는 말을 들은 적,
한 번쯤은 있으시죠?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사람을 쉽게 좋아하겠어요.

어느 날, 그 사람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요.
향기처럼, 습관처럼,
그저 너무 익숙해서 자꾸 생각나는 그런 사람.

처음 마주쳤을 때,
왜 움직일 수 없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더라고요.
그 마음은 아주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안에 자리를 만들고 있었어요.

보고 싶다는 말이
입 끝까지 차오른 날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지금의 이 어정쩡한 평온마저 깨질까 봐
아무 말도 못 했죠.

그러다, 치즈의 ‘좋아해’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래요, 오늘 소개할 곡은 치즈- 좋아해입니다

이 노래는 말하지 못한 진심을

그저 조용히, 부드럽게 꺼내 보여줘요.


"익숙했던 너의 그 향기가

언제부터인지

낯설게 느껴져 맘이 붕 뜨네"

첫눈에 반한 건...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니, 반했더라도 모른 척해야죠.
시작부터 다 들키면 지는 기분이니까요.

하지만 익숙해졌다는 건
이미 다음 단계로 마음이 준비되었다는 뜻 아닐까요?
매일 마주치던 향기, 웃음, 말투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그건 아마, 내가 그 사람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죠.

아...
붕 떠버린 이 마음,
이제 실수만 하면 되는 건가요?

말하지 않으면 몰라줄까 봐 조바심 나고,
말해버리면 모든 게 끝날까 봐 또 망설이고.
그 사이에서 마음은 점점 커지고,
진심은 조용히 부풀어 오릅니다.


"한동안 잠 못 들었어

머릿속 네가 들어앉아

있는 그 자리가 어색해서"

그래요, 이 새벽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마음
이제는 인정할 때도 됐죠?

그래요,
저는 당신에게 반한 걸지도 몰라요.

... 아, 인정하기 싫은걸요?
그 마음을 꺼내는 순간,
지금의 이 애매하고도 평화로운 관계가
끝나버릴까 봐요.

이렇게 능청스럽게 웃어넘기는 거예요.

괜히 웃으면서 다른 얘기하고, 그러니까

대답할 필요 없는 질문만 던지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늘 마지막 한 글자 앞에서 삼켜버리고요.

좋아한다는 그 말,
마음은 충분한데
왜 이렇게 전할 수 없는 걸까요.


"문득 생각이 났어
널 처음 봤을 때
날 보던 네 눈빛에
움직일 수 없었던 순간이
왜였는지 이제 알겠어"

잔인해라!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몰랐을 때는
처음부터라는 걸.


"널 보고 싶단 말이 나와

널 사랑하고 있진 않을까

눈을 마주치면 터질듯한 마음

네겐 들키고 싶진 않은데"

...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사실은 나 빼고 모두가 알고 있는 감정이었더라고요.

아, 그래요. 고마워요.

그렇다면
난, 이제 엑스트라로 물러날게요.
주인공은 당신이니까요.


"눈을 마주치고 하고 싶었던 말 네게

언제쯤 전할 수 있을까"

이 마음을 전해야만 끝나는 이야기인데,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계속, 질질 끌고 있는 거죠.

아직도, 사랑을 하나 봐요.
그래요 이게 사랑이 아니면, 대체 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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