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다면, 행복할까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by 보월

요즘,
좋아하는 걸 하고, 재미있는 걸 하다 보니

자꾸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잘하고 싶은 욕심,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욕심.

남들이 20대 초반에 느꼈을 법한 그런 감정들이
늦게 찾아온 걸까요.


요즘은 달리기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3일 연속 달렸더니,
오른쪽 무릎이 앉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더라고요.
참, 미련하게 달렸네요.


오늘 함께 나눌 곡은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입니다.

사실, 이 곡을 몇 번이나 지웠는지도 모르겠어요.
더 진심을 담고 싶었고,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고 있는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는데
잘하고 싶은 욕심에 글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그런 상황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생각합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사실 부정적인 걸지도 모른다고요.


"왜 사랑에 '빠진다'라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 정대건, 『급류』 중에서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한 번 더 사랑에 빠져보려고요.
아마 이번에도 미련하고,
어쩌면 또 어설플지 몰라요.

그래도,
그게 나다운 것 같아서요.
이번 글도 그냥 감정일기 읽듯,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요즘은 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즐길 틈도 없이 훅 하고요.

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더욱 봄을 아쉬워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의외로, 오히려 그래서 더 사랑할 수 있다고
웃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참, 그런 마음 본받고 싶었는데
저는 여전히 그때 그 꽃처럼
그 시절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지금에서야,
사무치게 알게 되는 사람이네요.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실 이 노래를 처음 25살에 들었을 땐 왜 좋은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아껴주는지 잘 몰랐어요.

아마도... 그때의 저는 스물다섯이라는 숫자만큼 사랑도

아픔도 미처 다 겪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기억할 만한 향기도 없었고, 추억이라고 부를 만한 순간들도 아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스물하나에서 스물다섯 사이

그 짧고 선명했던 시간 안에서 많은 이들이 사랑했던 무언가,

미련하게 붙잡았던 무언가를 저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몰랐던 마음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사무치게 느껴져서요.

그렇게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참 아쉽고, 참 미련스럽고...

그래도 그 시절의 나는 그 나름대로 충분히 열심히였던 것 같아요.

다만,

조금만 더 나에게 솔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만 남네요.


그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해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지금 내 상황이 조금 우울하다는 반증일까요.

항상 자연은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고,
매번 다른 옷을 입고 우리를 반겨주는데
그 풍경 속에 연인과 함께였다면
아마 지금의 바다는 잡힐 듯, 그렇지만 닿을 수 없는
그런 풍경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던 그날.
잠깐이나마 그 사람이라는 꿈을 가질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그 사람도...

그랬을까요.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시간은 이렇게 정신없이 흘러가는데
왜 그 시절은 그렇게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을까요.

항상 소중했던 것들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걸까요.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아껴준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저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날, 저를 꽉 안아주던 그 사람이
얼마나 저를 사랑했는지

그 사람만큼 저도 나에게 솔직했더라면…
그게 참 오래 남네요.


너의 목소리도 너의 눈동자도

애틋하던 너의 체온마저도


기억해 내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데

흩어지는 널 붙잡을 수 없어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은 하나둘 흩어지고,

좋아했던 것들은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도
이제는 설명조차 어려운
익숙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라져 버릴 걸 알면서도
그때 그 순간들만큼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추억해보려 합니다.

아마도 그건... 사랑의 잔상 같은 거겠죠.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들을 용기가
과연 생길까요.

새벽에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유도 모를 미련과 후회가
눈 밑에 고여 조용히 흘러내립니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요.

언젠가 외로움을 오롯이
혼자서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올까요.

텅 비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는
그런 날도 언젠가 찾아오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다시 한번 제 스스로 틀지 않기를
조용히 기도해 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윤하 - 사건의 지평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