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하면서

검정치마 - 혜야

by 보월

요즘은 글을 쓰는 게
일처럼 느껴지지 않으려고
애써보려고 합니다.

정말 좋아했던 것들이 언젠가부터
해야만 하는 일처럼 무겁게 느껴졌고
그걸 마주하는 게 괜히 힘들어서
조금씩, 조금씩
뒤로 미뤄두고 있었어요.

한때는 좋아했던 이유를
그냥 담백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더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많은 말을 덧붙이고
미사여구로 포장하려 들었어요.



오늘 소개할 곡은
검정치마의 혜야입니다.

노래의 첫 구절이
참 담백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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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한 줄.

그런데 그 한 줄이 들을수록
참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보고 플 땐 금방 건너던
강이 바다가 돼 넘쳐도
괜찮았었는데, 이젠 아닌가 봐
새벽에 밟으면 네 시간 반

근데 어느 때보다 더 멀게 느껴져


보고 싶은 마음을 안고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길인데
왜 이렇게 그 길이
멀고 무겁게만 느껴질까요.

혹시 보고 싶다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저한테는 부담이 되어버린 걸까요.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어쩌면 그 사람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
그 길이 더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지도 몰라요.

참 아픈 구절입니다.

보러 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좋아해서 더 멀어진다는
그 역설이 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녀를 멀리 보내는 날이면 항상
오랜만이라는 전화가 흔한 편이죠
하나씩 거절할 때면 난 정말 대단해
약속은커녕 안부조차 물은 적 없었죠

어떻게 한 번도 실수를 안 할 수가 있냐고
비웃어도 난 괜찮은걸요


그 사람을 멀리 보내고
오랜만이라는 무심한 전화가 오면
괜히 그걸 또 하나씩 거절하는 제 자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약속도 안부도
아무것도 묻지 않으면서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멋진 사람인 척.

비웃어도 괜찮아요. 그냥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
다 괜찮아지는 척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를 멀리 보내고 돌아오는 길
해 떨어지길 기다리다 빙 둘러왔죠
아무렇지 않게 혼자서 밥을 먹고요
불을 다 끄고 tv 켜고, 난 잠에 들겠죠


그 사람을 멀리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괜히 더 돌아가고 싶어 져요.

해가 지길 기다렸다가
괜히 돌아서 오고, 혼자 밥을 먹고
불 끄고 TV 켜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혼자 잠들죠.

그런데 그게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걸까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겠지요
불을 다 끄고 누워 뒤척이겠죠


희미하게
그 노래의 코러스처럼
속으로 중얼거리게 돼요.

괜찮다고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자꾸 말하면서
사실은 그 모든 게
괜찮지 않다는 걸
나만 알고 있는 것처럼요.


나보고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고
안 믿으면 어쩔 건데요


그 사람이 믿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그냥 괜찮다고
스스로 말할 뿐이니까요.

이 노래는 좋아해서
거리를 두고 괜찮다고 말하면서
멀어지는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잘 알아서
더 조용히 듣게 되는 노래예요.

오늘도 괜찮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이 노래를 조용히 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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