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선물

고작 10분으로

by 보월

“10분이면 충분해요.”
서우가 말했다.

“뭐가요?”

“나를 위해 쓰는 시간.”

종현이 웃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지금의 나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우의 두 눈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종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고작 10분으로 세상을 바꾸려고요?”

서우는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당연하죠. 세상을 바꾸려면 자기 자신부터 시작해야죠.
그 10분도 투자 못하는 사람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 믿지 않아요.”

종현은 잠시 서우를 바라보다가, 손목시계를 풀어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그럼, 지금부터 10분. 당신만을 위해.”

서우가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스스로를 위하는 게 아니라 저를 위해서요?”
그녀는 당황한 듯 몸을 의자에 기대었다.

“전 제가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안 하는 사람이에요.”
종현은 시계를 풀었던 손목을 어색하게 어루만졌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 10분이 얼마나 많은 세상을 바꿀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10분이면 충분해요.”
서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알려주겠어요?”
종현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경계심이 묘하게 뒤섞여, 미소가 번졌다.

“꿈이 뭐죠?”

“예?”

짧고 굵은 그녀의 말에, 종현은 그대로 고장 나버렸다.

“꿈을 저에게 말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서우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 이건 알려주시겠어요?”

종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 주엔 뭘 하셨어요?”

이제 역할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 종현은 등에 땀이 전해졌다.
이 대화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을까.
서우는 이미 다른 세상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종현은 다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모르는 걸... 서우 님은 알고 계신 것 같네요.”

서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마치 오래 기다린 장면이 막 시작된 것처럼.

“그걸 이제 아셨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어쩐지 숨을 조금 더 가쁘게 만드는 온기를 품고 있었다.

종현의 인생에서 가장 길고 무거운 10분이, 서서히 끝을 향해 다가갔다.
“우리... 다음이 있을까요?”

서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짧게 웃었다.
“그건... 오늘 당신이 쓰는 10분에 달렸죠.”

그리고 세상을 담아낼 듯 깊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종현이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서우가 시계를 흘끗 보고 웃으며 말했다.

“벌써 5분밖에 안 남았다고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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