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무슨 사이야?

같은 순간, 다른 마음이었다

by 보월

“우리, 무슨 사이야?”

화연은 언제부터였을까.
그저 그런 하루가 끝나면, 늘 이 남자가 생각났다.
먼저 연락은 하지 않으면서도, 만나자 하면 언제든 나왔고
함께 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가끔은 손등이 스칠 만큼 가까웠던—

하지만, 단 한 번도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
마치, 감정을 주는 건 화연의 몫인 것처럼.
그래서 결국, 오늘은 먼저 물었다.

“…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서우는 물컵을 잡은 채 멈칫했다.
시선은 창밖으로 피하며, 무심한 척 말을 흐렸다.

“질문은 내가 먼저 했어.”

화연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이미 마음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이제는, 애매한 채로 두고 싶지 않았다.
좋아도, 싫어도 상관없으니—
그냥 이 기묘한 ‘우리’를 정의해 달라고.

“화연아, 나…”

서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이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됐어.”
화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말도, 그 표정도. 나 다 알아.”

잠시 침묵.
서우는 겨우 입을 열었다.

“… 우리 지금 좋잖아.”

그 말에 화연은 피식 웃었다.
비웃음도, 이해도 아닌—
조금 지친 사람의 웃음이었다.

“응. 너한텐 그랬겠지.
근데 난, 지금이 좋은지 모르겠어.”

그녀는 조용히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그 순간, 서우가 말했다.

“밥 먹고 가자.”

그 말이 너무 엉뚱해서,
화연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 하. 좀 더 멋진 말로 잡아줬으면—
진짜 잡혔을지도 모르잖아.”

그러곤 고개를 흔든다.

“근데 왜 하필, 밥이야. 정말…”

서우가 배가 고픈 건지,
정말 나를 더 보고 싶은 건지—
이 남자는 끝까지, 알 수가 없다.

“30대 연애는 참 어렵네.”

화연은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랑 더 뭘 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어.
이젠…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우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연의 손목을 잡았다.

순간, 그녀의 몸이 멈칫했다.
예상하지 못한 동작에 놀란 것도 잠시,
화연은 조용히 되물었다.

“… 지금, 왜?”

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 대신 눈동자가 떨렸다.

화연은 손목을 천천히 빼며 말했다.

“지금이야?
이제 와서야 잡는 거야?”

그의 손끝이 조금 더 강하게 힘을 주려는 순간—
화연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
지금 와서 하려고 하지 마.
나는, 너무 많이 기다렸어.”

서우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젓는다.

“네가 정한 마지막이라면,
나한텐… 마지막일 기회라도 줘.”

화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말도 안 되는 말로…”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서우는 참,
끝까지 자기 멋대로인 사람이었다.

“가자. 어서.
네가 먹고 싶다고 했던 그 오마카세 집,
예약해 뒀어.”

화연은 손목을 뿌리치려다 말았다.
손끝에, 힘이 빠졌다.

“… 고작 예약 취소금 때문에 잡는 거야?”

서우는 작게 웃었다.
피식, 숨 섞인 웃음이었다.

“요즘 힘들어 보여서.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
잠깐이라도 웃어줄 줄 알았어.”

“내 마음대로 생각해서…
미안해.”

잠시, 말이 끊겼다.
식당의 이름도, 예약 시간도—
지금은 다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서우가 처음으로
‘화연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 왔다는 사실.

그게,
너무 늦은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 딱 한 끼야. 이건 다시 시작이 아니야.”

서우는 작게 웃었다.

“그래. 넌 마무리고, 나는 다시 시작이고.”

“무슨 의미야?”

서우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네가 기다린 만큼,
나도 한 번 기다려보려고.”

그리고 먼저 앞장서서
카페 문을 열고 나간다.

“기다릴 수 있을 만큼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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