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실에 의자가 없어요.

의자 대신 필요한 것은 휠체어와 침대였어요.

by 제롬

우리 교실은 아마 99제곱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보통 교실이 66제곱미터이니 큰 편이다.


둘째 아들 학부모 공개수업을 다녀왔다. 아직은 엄마가 학교에 꼭 오길 바라는 나이다. 엄마를 찾는 끝자락에 있는 아이가 더 애틋하다. 조퇴를 하고 급한 마음으로 아이 교실에 도착했다. 이미 수업을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 있었다.


빼곡한 책상과 의자, 그리고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많은 아이들 속에서도 한눈에 둘째 아들이 보였다. 아이와 눈 맞춤을 하고 나니 이제 조바심 났던 마음이 내려갔다.


2학기에 교감 발령이 난 담임선생님을 대신해 신규 선생님이 새로 아이들을 맡고 계셨다. 오랜만에 일반학교의 교실을 보았다. 빼곡한 책상과 의자들.. 그간 활동했던 다양한 결과물들이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일반교실보다 컸던 우리 교실이 더 휑하게 느껴졌다. 며칠 있으면 우리 학교도 학부모 공개수업인데 그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교실에 의자가 없었다. 옆교실도 그랬다. 왜 의자가 없지? 의아했다.


나는 지체장애 특수학교에 발령을 받고도 아이들 의자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새 학기 준비기간에 교실을 정비하며 필요한 물품들을 담당교사에게 요청했다.


"선생님., 우리 교실에는 의자가 없어요. 배치 부탁드려요."


메시지를 받고 황당했을 텐데 담당선생님은 차분하게 답장을 보내셨다. "우리 학교에는 의자가 모두 필요하진 않아요. 몇 개가 필요하신가요?" 그제야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몇 개가 필요하지... 전달받았던 아이들의 인적사항과 특성을 다시 살펴보았고, 우리 교실에 필요한 건 의자뿐만이 아니었다. 휠체어와 환자용 침대였다.


나는 의자, 휠체어, 환자용 침대를 아이들 특성에 맞춰 교실을 정비했다. 우리 교실은 참 크지만, 침대 두 개가 들어가고 휠체어 이동 동선을 고려해 책상을 배치하고 나니 그저 알맞은 크기가 되었다.


의자 27개가 놓여 있는 둘째 아들의 교실은 새로웠다. 아이들이 모두 의자에 앉아 있네. 아이들이 모두 걷고 있다는 거네... 안도가 되었다.


정상과 비정상. 일반과 특수. 보편과 특별함..

이런 사회적 기준을 너머 그저 삶의 어디 쯤에서 우리가 모두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어느 순간 아파지고 어느 순간 서글퍼지기도 한다.


내가 믿고 싶은 것은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그런 뻔한 말이다. 모든 삶이 다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도 그 뻔한 생각도 때때로 숨을 멈추고 다짐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유연하게 살아가고 싶다.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내 삶도, 누군가의 삶도 그저 주어진 생명 안에서 존재하고 살아내고 살아지는 거라는 것을...


때때로, 어린 시절 아빠의 삶은 부족하고 못났고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건 주변 어른들이 부족한 아빠를 바라보며 한탄하는 소리나 비난의 소리나 애처롭게 바라보는 눈빛의 잔해들이 나에게 묻은 것 같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생각들은 더 나아져야만 하고 더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더 나아지기 어렵고 더 좋아질 수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 앞에서 조차 나는 그저 하루 하루 존재함에 감사하기가 어렵다. 내 눈은 이미 온전함을 바라보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무력감을 느끼고 아무짓도 안했는데 죄책감이 느껴진다.


오늘., 아들 교실에 놓인 27개의 의자가 부러웠다. 우리교실에도 의자가 아이들 숫자만큼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모두 의자에 앉아 생활하고 일어나고 걷고 말하면 좋겠다. 미안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연민의 마음에 안기기를

당신의 고통과 슬픔이 줄어들기를

당신이 평화롭기를


내가 연민의 마음에 안기기를

나의 고통과 슬픔이 줄어들기를

내가 평화롭기를


연민에 관한 명상. '마음이 아플 때 불교심리학' p.60~61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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