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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작은 마음 May 28. 2021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아무렇지 않은 하루였다. 해야 할 일들을 해야만 하는 하루였고,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엔 잔잔한 하루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의 하루였다. 문득 난 무엇을, 어디를 향해서,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의구심과 동시에 회의감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한 공간, 이곳에서 우린 우리만의 삶을 살아가고,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살고 있는 곳인 세상은 단 하나인데 왜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다 다른 걸까, 세상의 기준은 누가 만들었으며, 옳고 그름, 맞고 틀린 것은 누구의 기준이고, 무슨 철학인 걸까. 하루를 살면서 수많이 느끼는 감정들은 다 어디에서 왔으며, 왜 느끼고 있는 것일까. 소중한 것을, 소소한 것을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울어본 게 언제예요?" 

대답하지 못했다. 나를 위해, 나 때문에 울어본 적이 언제일까, 언제지, 만약 울었다면 왜, 울지 않았어도 왜. 


무섭다. 무서워서 더 숨기고 더 집어넣어놓는다. 깊숙이 집어넣어 나의 기억 속에서마저 지워버리고 싶지만 어떻게 지워질 수 있겠어.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도록 들키지 않기 위해, 나의 인생에 어떤 일들로,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절대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나는 항상 노력한다. 나도 나를 다 모르지만 사람들이 나를 알까. 그게 정말 친한 사람이던 아니던. "내가 너에 대해서 뭘 몰라" 응 몰라. 너 절대 몰라.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보여주지 않은 나는 아무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참, 요즘은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완전함, 온전한 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아프다. 가끔 생각하는데 정말 나의 본모습, 온전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과연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나의 인생을 아무렇지 않게 늘여놓아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없을 거 같다. 아직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무섭다, 누군가가 나의 삶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 내가 이때까지 잘 감추고 있던 이야기들을 알게 될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항상 불안하고 무섭다. 몰라야 하는데, 몰라야 할 텐데, 절대 알면 안 돼 라는 생각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가 힘들다. 나를 아는 사람들, 물론 친하다고 하는 모든 사람들도 절대 나를 모른다. 알려주고 싶지 않다. 


우린 3개의 시간에서 살아간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인간은 항상 과거의 노예이다. 좋은 기억들과 과거들도 있지만 과거에 시달리고, 과거에 후회하고... 과거는 보통 사람들의 후회이다. 그런 기억들 덕분에, 좋은 기억이 될 수 있고, 아픈 기억이 될 수 있고, 슬픈 기억이 될 수 있고 행복한 기억들이 될 수 있는 우리의 모든 과거에 우린 오늘을 살아간다. 좋은 기억 조금으로 오늘을 버텨내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마감할 수 있고, 쓰던, 달던, 따듯하던, 차갑던 우리는 항상 하루를 마감한다. 마지막으로 우린 내일을 위해 살아간다. 누군가는 행복한 내일을 위해, 누군가는 똑같은 일상의 내일을 위해, 누군가는 슬픈 내일을 위해 눈을 감는다. 슬퍼도, 행복해도, 좋아도, 아파도 내일이면 눈을 뜨고 똑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좋은 기억들을 담아놓기는 쉽다. 아픈 기억들을 담아놓기도 쉽다. 하지만 그 아픈 기억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생겼을 때 편히 버릴 수 있어야 하지만 그때를 놓쳐버리면 평생 가지고 가야 한다. 왜 행복했던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고 아팠던 기억들은 더 선명히 기억되어 상처로 변질돼 버리지 못한 순간들로 가득해지는 걸까. 알 수 없지만, 알고 싶지도 않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은 아픔을 가지고 산다. 그게 어떤 아픔이던, 기억들이던 알 수 없지만, 말할 수 있는 건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한 사람은 없다. 우린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하며, 놓치기도 하고, 원히지 않은 이별이거나 인생이거나. 알 수 없는 모든 것들도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은 절대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살 수 없다. 세상은 편히 살 수 없는 곳이기에 행복한 작은 기억들로 아프고 힘든 인생을 걸어가는 것이다. 


습관이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도. 난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랐지만 가득 받아줄 수 없었다. 사랑의 변질 또한 받아줄 수 없었다. 사랑하지만, 사랑해서, 사랑하니까 주는 모든 것에는 '사랑'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랑'만 받을 순 없겠지만 사랑이란 말로 포장된 변질까지 받아줄 수 없었기에 '사랑'이라는 제목에 끝없이 아픈 기억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살고 있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어제를 기억하며, 오늘에 눈을 감고, 내일을 기다린다.



글 이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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