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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4화- 모기는 무서워

시골살이 적응기 2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봄에 집을 짓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름이 다가왔다. 집 옆에 있는 텃밭도 보였다.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넓은 밭농사 밭에 가깝다.

밭을 보니 풀이 어찌나 무성한 지 내 짧은 키만큼은 되는 거 같았다.

놔뒀다가는 뱀이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낮에는 학원에 나가 일하고 저녁이나 돼서 집에 들어오니 밭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풀베기를 하기로 작정을 했다.

출근하기 전인 오전 내에 해야 하는데 해만 떠도 벌써 더워졌다.

퇴근하고 돌아온 뒤에는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 도시에 살 때 모기는 모기도 아니었다. 특히 깔따구라고 하는 날파리처럼 생긴 작은 모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한 번 물리면 딱딱하게 퉁퉁 붓도 가려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밤잠을 못 잘 정도로 몇 날 며칠을 그런 날이 지속되었다. 그러니 모기 때문에 시골에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어쨌든 풀베기를 하기로 작심한 이상 때를 잘 골라야 했다. 덥지도 않고 모기도 최대한 없는 그런 시간대가 최적이었다. 새벽이라고 생각했다. 비밀공작이나 수행하듯 일찌감치 일어나 완전무장을 했다.

산 아래 골짜기에는 구름이 고여 있었고 개천엔 물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야가 좁았다.

긴 장화를 신고 한 손엔 미리 갈아놓은 예리한 낫을 들었다.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 가운데 뒷마당을 지나

풀이 무성한 밭에 이르렀다.

풀베기를 하기 좋은 시작 지점을 찾아 한 발을 들여놓았다. 키가 큰 풀을 베려면 완전히 폴더 자세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왼손으로 풀을 한 주먹 거머쥐고 낫을 든 오른손으로 힘차게 걸어 당겼다.

그 순간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깔따구가 모두 내 얼굴을 총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자고 있는데 왜 깨우느냐 항변이라고 하듯이... 얼굴로만 무수한 테러를 퍼부었다.

으악~! 소리를 내지르며 풀밭을 정신없이 도망쳐 나왔다.

벌이 쫓아오듯 깔따구가 계속 쫓아오는 것 같았다.

도망치듯 풀밭을 빠져나와 거울을 보니 가관이었다. 빨리다만 건지 피가 주르르 흐르고 얼굴은 빠꼼한 구석 없이 물린 흔적들이 가득했다.

열이 확확 오르기 시작했고 가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눈 주변에 물린 곳은 퉁퉁 부어올라 눈 뜨기도 힘들었다. 한 오십 방은 넘게 물린 것 같았다. 괴물 얼굴이 되었다.

급한 차에 찬 물에 얼굴을 담가봐도 도루목이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약도 발라보고 오이도 붙여봤다.

별 효험이 없었다.

결국 감자를 갈아 얼굴에 덕지덕지 도배를 했다. 차가운 감자를 붙이니 열이 조금씩 내리고 가려움도 덜 해지는 것 같았다. 며칠을 반복한 끝에 조금씩 사람 얼굴을 찾아갔다.


문제는 그 얼굴로 마을 회관에 가야 했다는 것이다.

마을에 행사가 있었고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인사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고민을 하던 끝에 참석을 했다. 마을 어르신도 거의 다 모이셨다. 집을 동시에 지은 옆집도 같이 갔다.

이장님의 사회로 신입들이 인사할 시간이었다

한 줄로 주욱 서서 왼쪽부터 인사를 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모두가 내 얼굴에 시선이 쏟아졌다. 모기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새벽에 낫질을 좀 하다가 이렇게 되었어요. 모기가 정말 무섭긴 무섭네요. 원래는 이것보다는 나은 얼굴입니다. 헤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와 하하하하~~ 와 하하하하~~

그날 마을회관은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나는 확실한 눈도장으로 신고식을 했다.

으~ 모기는 무서워. 으~ 지금도 무서워


#시골살이 #정착기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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