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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3화- 끝장나는 텃새

시골살이 적응기 1

집 짓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집 지을 땅이 맹지였다. 옆집 원주민 할머니 댁의 땅을 일 이미터 물고 있었다. 이 길을 지나야 만 집도 짓고 살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어르신들께 통행허가증을 받는 것이 문제였다. 허가증을 써주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할머니 댁에 빵도 들고 과일도 들고 여러 번 찾아갔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시골에서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간곡히 말씀드렸다.

작달막한 키에 깐깐하신 할머니는 통행 허가증을 내주는 대신 요구조건을 거셨다.

할머니네 길을 지나는 대신 자동차 네 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당신 자녀들이 명절에 오면 차를 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옆집과 우리 두 대 두 대해서 결국 집을 한 채 지어도 될 만한 넓은 주차장을 만들게 되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할머니는 뭔가를 계속해서 요구하셨다.


할머니네 담벼락 밑을 지나는 자연 수로인 도랑에 관을 묻어 수로 공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수락을 했고 포크레인을 동원한 공사를 해야 했다.

집 지을 때 전망을 가리지 말 것도 따라다니며 말씀하셨다.

할머니네 담벼락과 우리가 다니는 통행로 사이에 밭으로 쓸 좁은 땅뙤기가 있었다. 거기에도 보도블록으로 가드레일을 설치하라고 하셨다. 당신네 밭인데도.... 이것도 해드렸다.


우리 집 짓기가 본격적으로 들어갔을 때는 수시로 찾아오셔서 구경인지 감시인지를 계속하셨다. 틈만 나면 일하시는 인부 아저씨께 부탁을 하거나 장비를 쓰시면 안 되는 지를 묻곤 하셨다.

당신네 마당에 있는 수도 바닥에 시멘트 좀 발라달라든 지, 담벼락 구멍을 때워달라든 지, 물받이 통을 바꿔달아 달라는 등등의 부탁은 끝이 없이 이어졌다.


결국 일이 터졌다. 옆집의 집을 지어주고 있던 업자 분과 할머니와 대판 싸움이 붙은 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니냐는 주장과 통행권 괜히 내줘 신경 쓰인다. 우리는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는데 라는 할머니의 주장과의 맞섬이었다.


옆집을 대변한 격이 되어 옆집과 할머니 사이는 껄끄러운 사이로 한동안 지냈다

결국 모든 요구를 들어 주고도 옆집은 집을 짓고 얼마 못 살고 이사를 가게 되었다.

뭘 보고 그러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와는 말씀도 상냥하시고 대체로 잘 지내고 있다. 아직까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옆집 할머니께서는 가난한 시골살이와 농사로 오 남매를 키우셨다. 애들은 모두 도회지로 나가고 두 노인만 남아 계시니 힘도 달리고 아쉬운 게 많으셨을 것 같다. 물론 기회를 잊지 않고 포착하시는 할머니의 동물적 감각도 있으셨지만...


#시골살이 #원주민 #텃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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