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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2화- 1도 모르는 집짓기

시골살이를 위한 집짓기

나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시기를 지켜보고 위로해 준 친구 B가 있었다.

무작정 도시를 떠나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골살이를 위한 집짓기 또한 순전히 친구의 준비 덕이었다.

친구는 오래전부터 시골에서의 삶을 바래 왔었다.

우연히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을 통해 몇 년 전에 땅을 사뒀던 것이다.

돈벌이가 그때 만해도 괜찮은 편이었고 땅도 그리 비싸지 않아 가능했단다.

지나가는 말로 흘린 지인의 말에 장소를 확인하고 싶었단다. 눈앞에 골짜기가 펼쳐진 집터에 서서 눈을 감고 가슴으로 느껴 보았다고 했다. 꼭 엄마의 품 같았다고... 그래서 재지 않고 결정했다고 했다.

시골집을 짓기로 결정한 친구를 따라 나도 집 짓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가진건 없었지만...


아는 이 없는 낯선 땅에 집 짓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옆집의 도움도 컸다.

처음에 사둔 땅의 오분의 이 정도를 옆집에 팔았다 돈이 부족해서였고, 친구와 나, 둘이 살기엔 좀 넓은 땅이기도 했다.

옆집 사람은 이 마을에 이미 오래전 내려왔고, 마을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활동가로 꽤 알려져 있었다.

우리와 옆집이 동시에 집 짓기가 시작되었고 공동작업이 들어갈 부분은 계획하고 상의해갔다.


처음에는 물 빠짐을 위한 기울기를 가리키는 구배라는 말이 뭔지 조차 몰랐다. 관정이 어떻고, 토목공사는 어떻게 하고, 구조는 뭘로 하고... 모두가 처음 듣는 낯선 단어들이었다.

모르는 단어는 무조건 옆집에 물었다.

꼼꼼한 옆집은 업자나 아는 이를 통해 알아보고 알려주었다.

잘 모르면 적어도 잘 아는 사람이나 잘 아는 정보의 루트를 가진 사람 옆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턱없이 부족한 돈으로 시작된 공사였다.

전국구로 한옥을 전문적으로 지으신다는 분을 친구 소개로 만났다.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인상도 좋으셨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한 번 해보자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는 믿고 맡긴다 했다.

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는 게 없어서 이기도 했고, 둘 다 이미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토목공사와 관정 파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건물을 올리는데 두세 달 걸린 것 같았다.

공사하시는 분이 워낙 바쁘게 일을 벌이고 여기저기를 도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당시 주변의 임시거처에 머물던 친구와 나는 아주 가끔씩 음료나 들고 왔고, 점차로 형체를 드러내는 집을 보면서 탄성만 질러댔다.


그런데 집채만 완성된 어느 땐가부터 일을 서두르시더니 철수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의 공사가 임박했던 모양였다. 거실 바닥에 생황토를 바르던 일도 중단한 채였다.

결국 남은 일들은 우리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황토를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렸다.

사포질을 하고 다시 황토를 바르고 말리기를 세 번 반복했다. 그 위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고무수액 바르기를 또 해야 했다. 일주일이 걸렸다.

팔이 떨어져 나가는 거 같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한 곳으로 빼는 배수관 달기, 마당에 흐르는 빗물을 모으는 집수정 만들기, 포크레인을 동원한 마당 작업, 레미콘 차로 시멘트를 부어 넣은 주차장 만들기, 창고 기, 대문 달기, 등등 이어졌다.

이 일들은 동네에서 집 짓기를 하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가능했다.

우리는 열심히 간식을 나르고 일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임했다. 지어 놓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집 짓기를 해주신 분이 꼼꼼히 잘 지어주신 것은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딱 처음 부른 금액만큼 지어주시고 가신 게 아닌가 싶다. 나머지는 별도였던 것이다.

우리는 아는 바가 1도 없었고....

덕분에 집짓기 예상금액의 두 배 이상이 초과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1도 모르는 집 짓기가 완성되었고  좌충우돌 시골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시골살이 #시골집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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