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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14화- 우연히 들은 법문

충격적 법문에 삶을 성찰하다

 우연히 법문을 들었다. 


치료를 위해 서울 언니네 집에 머물며 대학병원을 오가기 시작할 때였다.

대학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병원은 예약 환자들로 북새통이었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불교 법문에 크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기독교 집안 출신인 데다가 불교문화가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료 대기실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친구 미연이가 권해준 법문을 들어봤다.


괴로움의 소멸이 해탈이고 깨달음이며 불교의 목적이라고 했던 것 같다.

괴로움의 원인은 분별심, 즉 좋은 것은 붙잡고 싶고 나쁜 것은 버리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진정한 나는 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내 마음이 곧 부처님 마음이라고 했다.

부처님의 마음이 나툰 것이 세상이며 삶이라고 했다. 그러하기에 삶이 진실이며 진리라고 했다.

삶이 진실이고 진리이기에 내게 다가오는 어떠한 문제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어떤 문제라도 100 퍼센트 진실로 받아들일 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 문제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라 했다. 그것이 병듦이든 궁극의 죽음일지라도...


드문드문 기억나는 것들이지만 내게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무엇보다도 생각지도 못한 발병으로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는데, 이것이 문제가 안된다는 사실에서였다. 그리고 적어도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기독교와 닮은 면이 참 많다는 점에서였다.


똑같은 문제에 부닥쳐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분명 다른 건 사실이다.

TV나 다큐에서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지 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일이니까 일어나고 가능한 일이겠지 하고 흘려보내곤 했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면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떠한 마음으로 맞이할 것인가는 순전히 나의 몫이었다.


불교에 '불'자도 몰랐었고 전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도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 온 일이라면 받아들이자, 어차피 받아들일 바엔 기쁘게 받아들이자 싶었다.

면역력이 바닥을 치고 힘들 때면 흔들리곤 했다. 그래도 믿어 보기로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라기보다는 중심을 잡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몸이 힘들고 후달리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 보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아서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문제를 문제로 삼지 않는다는 생각의 전환이

정말 실현된다는 점이었다.

열심히 병원도 다니고 약도 먹었다.

아플 땐 스무 시간 가까이 잠만 자기도 했다.

아플 땐 푹 앓아주고 그냥 받아들이자 생각하니 마음의 저항이 훨씬 덜했다.

스트레스가 줄고 정신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아픈 환자라는 생각을 잊을 정도였다.


오히려 내게 온 질병이라는 고통을 통해 괴로운 삶을 멈추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책임감과 무게감에 쉼 없이 너무 애써온 삶이었다.

질그릇처럼 쉬 무너질 수도 있는 몸과 삶인데 무얼 그렇게 붙잡으려 했었는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를 살리기 위한 본성의 외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에서 부처님 마음이며 기독교의 하나님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곧 부처이고 내 안에 하나님이 있다는 말들이 결국 같은 말이라 여겨졌다.

그 마음이 펼쳐진 것이 세상이고 현실이라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현실도 상황도 진실이라면,  그때 그 순간 내게 꼭 필요한 것이기에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은 문제가 문제로서가 아니라 문제가 해소되기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찾아온  이 아픔조차 괴로움을 덜어내기 위한 과정이자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시골살이 #아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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