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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Sep 08. 2024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_34편의 재구성

Ch. III - 4 편

인생의 절반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경험과 구력이 해외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그간의 경험, 실용적인 얘기를 풀어내봅니다. 


본 주제의 글은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 II'(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II'(일요일 발행)에는 10편이 발행될 때까지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해외 비즈니스 이야기는 브런치 작가 지담과의 공저로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지담은 브런치 작가이자 교수이며, 5년간 꾸준히 새벽독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인문학의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지담과의 공저는 개인의 경험이 불안과 급변의 사회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해져 그들의 삶에 유익한 경험서가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9월 내지 10월 출간예정이며 브런치에 우선 조금씩 공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제의 글은 새롭게 만들 저의 브런치북으로 매주 목/일요일 지담브런치북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매주 토요일 5:00A.M. 발행됩니다. 


Ch 3. 글로벌 비즈니스, 통제불가능한 사태가 당신의 사업을 위협한다.


(III - 4편) 첫 번째 사례_마피아의 습격 - 원칙주의의 이면

자, 이런 일이 왜 생겼을까?


어떤 이유로 이런 사달이 났을까?


한 줄로 일축하자면, 박법인장의 칼 같은 원칙주의적 사고가 거래선의 불만을 폭발시켰고 결국 이들은 마피아를 고용해 박법인장을 위협한 것이었다. 사실 이 같은 경우가 한국에서는 드문 경우지만 동유럽 국가에서는 흔하다고도 볼 수 없지만 드물다고도 볼 수 없는 경우다. 헝가리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알바니아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따라서, 동유럽 쪽에 진출해서 사업을 할 경우 작은 불화가 큰 불씨로 점화될 경우 사실 마피아의 개입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기 위해 이들 국가에서 한국기업이 벌이는 사업의 메커니즘을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사실 이들 나라에서는 한국기업의 제품을 취급하는 자체가 커다란 이권이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계약을 맺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고 또는 일부러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외관상으로는 한국기업과 계약을 맺는 공식거래처처럼 간판을 달고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제품 모두가 중고 또는 불법유통된 것들이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에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구매가 일어나더라도 제품판매나 서비스관점에서 벌어지는 소비자 관련 모든 책임은 한국기업에게 돌아오기에 이러한 비공식적 거래처의 성행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적법한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지만 이때 이들은 본색은 여실히 드러낸다. 회사로 찾아와 험악한 짓을 행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정도이고 한국기업관련자들의 차량을 급습하는 등의 린치를 가하거나 지역마피아를 동원하여 해당관련자의 가족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공개적인 협박까지 주저치 않는다. 소문에 의하면 알바니아 마피아를 동원하여 필요한 일처리를 맡기는 비용이 건당 1천 불이면 된다고 하니 불법거래처에서는 한국기업의 제품을 불법으로라도 유통시키는 행위자체가 경제적인 이득면에서는 커다란 이권인 셈이다. 


게다가 한국기업의 마인드는 애프터서비스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판매 후 서비스는 고객을 우선하는 기업철학을 반영하는 데다 고객불편을 감동으로 이어 충성고객으로 유지시키는 데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수행하는 서비스점을 곳곳에 운영하게 되는데 워런티(주 1) 기간 내의 제품 서비스는 회사가 보장해 주지만 워런티 기간밖의 서비스는 수리점의 순수이익이었기에 이러한 서비스점만 운영하더라도 이들은 땅 짚고 헤엄치듯 커다란 순수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분명히 이들의 뒤에는 마피아가 개입되어 있다




한국대표기업들의 브랜드력과 제품력은 이미 글로벌에서 프리미엄제품,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격이 높아도 소비자 선호도마저 높기에 판매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판매증가는 해외 현지 거래선들의 사업규모와 수익의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한국제품의 판매 및 서비스 영역에서 이권을 창출하고자 하는 사업이 이들에겐 커다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단, 이권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집단이 바로 지역 이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마피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이권이 있는 곳엔 반드시 존재한다. 판매나 서비스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더라도 그 배경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매출을 창출하는 조직이 마피아라고 보면 된다. 불법으로 운영하는 판매나 서비스점들의 운영자금에는 마피아의 자금이 분명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마디로, 한국기업의 제품판매가 증가하면 할수록 서비스건수도 늘어나고 이들의 이익도 비례해서 증가한다. 그렇다면, 한국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오히려 이들 마피아와의 연계를 키우는, 비정상적인 연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리테일에 있어 손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은 이들이 담당하고 있기에 한국기업입장에서도 이들은 어느 정도 필요한 파트너인 것이다. 




이렇게 한국기업의 성장과 비례하여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인 판매점과 서비스점이 성행하게 되면서 하나의 조직이 여러 군데의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고 당연히 매출과 이익도 비례하여 증가한다. 융통되는 돈의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인간은 탐욕에 빠진다. 탐욕은 부정을 불러오고 부정은 비리와 거짓과 사기와 배신으로 이어진다. 


부정의 가장 단순하면서도 쉬운 예는 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한 것처럼 꾸며서 비용을 회사로 청구하는 식이다. 교체하지도 않은 자재를 교체했다고 속이거나 B급으로 교체했으면서 A급으로 교체했다고 속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진 것이다. 실제 이렇게 부정으로 획득한 돈의 규모가 실제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도 볼 수 있다. 부정이 지나치다 싶을 때 한국기업은 정밀감사를 진행하여 서비스점에 제제를 가하려 하지만 이때 마피아들이 개입하여 개인에게, 또 회사에게 린치를 가하거나 협박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했다면 우리로선 참으로 난감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의 소비자에게까지 서비스를 하자니 이러한 거래선을 무시할 수도 없고, 이들과의 관계를 합법적으로 하자니 마피아가 두렵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타협을 하자니 마피아와 손잡는 격이 된다.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려 하나 자금력과 인근도시까지 진출되어 점조직으로 이뤄진 이들의 네트워크를 뿌리째 뽑아내는 것은 타국민인 우리로서는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한국기업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이 필요한 자재나 부품을 공급하여 고객의 서비스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어떻게 다룰지가 관건인 것이다. 코너로 몰면 반드시 이들은 우리를 물어뜯으려 달려든다. 고양이가 쥐를 몰듯이 구석으로 몰더라도 반드시 도망칠 작은 공간 하나는 만들어 두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들은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되돌릴 수 없는 너무나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야 끝을 낸다. 그러다 보니 원칙주의를 고수하며 공명심으로 일을 하는 기업가는 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박법인장의 사례는 이러한 사업적인 배경과 개인의 원칙주의가 빚어낸 극단적인 희생사례라고 볼 수 있다.


III - 5편에서 이어집니다. 



(주 1) 워런티(warranty) : 일반적으로 보증이나 약속을 의미. 사실적 보증은 유형성(materiality)에 관계없이 강제될 수 있으며 해당 약속이 참이 아니거나 준수되지 않을 경우 법적제재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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