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반백년 인생을 살아왔다. 광활한 중국 땅을 두고 동해 변방의 고국 고려에 와서 내 뜻을 펼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돌이켜 보니 무엇을 위해 살아 왔는지... 인생이란 것이 본시 살얼음 위를 걷는 것이라지만, 내가 걸어온 세상길은 더욱 험난하게 느껴짐은 어쩐 일인가? 이제 흰 머리칼도 하나 둘 올라오는데 아직도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다. 그냥 떠나 버려도 어디엔들 내가 돌아 갈 청산이 없을쏘냐? 빈 방에 홀로 앉아서 나지막한 소리로 읊조리자니 온갖 생각이 끝없이 떠오른다. 망상(妄想)이로다. 자세를 똑바로 앉아 보지만, 어쩌랴 꾸부러진 내 모양새가 마치 늙은 나무 등걸 같구나.
이 시는 고려 말기의 대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 지나온 인생을 회고하며 지은 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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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시의 서술처럼 그는 푸른 산을 선창에 가득 담고 조각배에 홀로 앉아 푸른 물결을 따라 저 피안의 세상으로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