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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27)

by 천산산인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27)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

< 甲戌新正 (갑술신정) >

--- 갑술년 새해 아침에

硯氷難援筆 (연빙난원필)

벼룻물이 얼어 글씨 쓰긴 어려워도

爐火可煎茶 (로화가전차)

화로 잔불로도 차야 다릴 만 하지만

臥聽蕭蕭響 (와청소소향)

누워서 찻물 끓는 소소한 울림 듣노라니

誰知自意嘉 (수지자의가)

그 누가 알아주리오 가상한 이 내 마음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치악산(雉嶽山) 기슭, 눈 덮인 산야는 사뭇 고요하다. 만상이 얼어붙은 엄동설한의 날씨에 방안의 벼룻물도 얼어서 원단(元旦) 휘호(揮毫) 쓰기도 어렵게 되었다. 다행히 방 한 켠에 놓인 놋화로에 불씨가 살아있다. 차 한 잔 다릴 수는 있으리라. 찻잎을 넣고 자리에 누우니 다완(茶椀) 속의 찻물 끓는 소리가 오늘 따라 쓸쓸하게 울린다. 방안 가득 차향이 퍼진다. 새해 아침에 거듭 다짐해 본다. 의롭게 살리라고. 그러나 속세를 떠난 은둔자의 이 가상한 뜻을 그 누가 알아주리오...

이 시는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 1330-?)의 시다. 원천석은 여말선초를 산 학자로 혼탁한 당시 세상을 벗어나서 치악산 기슭에서 평생을 은둔자로 사신 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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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출간 협의를 위해 본 시화(詩話)의 컨텐츠를

별도 보관한 베타 버전(Beta Version)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저자의 이메일(solonga21@gmail.com)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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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도전은 시대의 탁류 속으로 뛰어들었고, 원천석은 치악산에 남아 고고(孤高)한 일생을 마쳤다.


나를 스승으로 생각하신다면 맞으러 나오시라고 하라



글씨: 허봉(虛峰) 길재성(吉在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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