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부터 30주동안 본 시화를 읽어주시는 애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야은 길재를 끝으로 고려시대를 종료합니다. 무더위 속에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를 읽는 피로감을 덜어 드리기 위해 당분간 본 연재를 쉬고, 9월 첫주에 이조시대의 인물로 다시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의 애독에 감사드리고, 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아나톨리아 고원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라산인 배상.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30)
은일의 멋, 지조와 절개 속의 여유
< 述志 (술지) >
-- “뜻을 읊다”
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시냇가 초가집에서 홀로 한가히 사노라니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달 밝고 바람소리 맑아 흥겨움이 넘치네.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불래산조어)
손님은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대밭으로 평상 옮겨 누워서 책을 본다네.
금오산 자락으로 낙향한지 얼마 만인가? 한 왕조가 사라지고, 또 한 왕조가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찬란했던 도성도 무너지고, 준수했던 인걸들도 간 곳이 없어라.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무상한 것이 권력이다. 험한 꼴 안보고 일찍이 낙향하길 잘했다. 초가삼간으로 달이 찾아오고, 바람이 찾아오고, 산새가 찾아오면 그만이지 어디 속인(俗人)이 오길 기대해 무엇하리요. 대나무 밭 가까이로 평상 옮기고 그 위에 편하게 누워, 좋아하는 책을 뒤적이는 이 멋을 누가 알랴? 대숲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소리가 한결 청량하다.
금오산인(金烏山人)이란 별호를 사용했던 시인의 모습이 절로 눈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한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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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출간 협의를 위해 본 시화(詩話)의 컨텐츠를
별도 보관한 베타 버전(Beta Version)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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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선산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의 민족중흥의 기백도 길재의 학풍 속에서 배태(胚胎)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