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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치지 않은 편지

어느 촌로의 격정지변(激情之辯)

by 천산산인

2021년 말, 세상은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횡행하여 숨쉬기 어렵던 시절. 수준미달의 대통령 후보들이 설치고 돌아다니느라 더욱 질식할 것만 같았다. 서귀포 바위 위에 앉아 물끄러미 세상을 돌아보니 문득 처연한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썼다. 그러나 혼탁한 세상에 내 글마저 퍼져서 더욱 혼탁하게 만들진 않을까 싶은 우려에 배포하진 않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 때 꺼내든 화두가 지금은 기우였던 것일까? 그 기우가 현실, 그 이상이 되었다. 하도 답답한 마음에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글을 꺼내서 이 곳에 올려 본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지만, 다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흘러간 생각, 세월은 벌써 저만큼 훌쩍 지나가 버렸건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암담하지만 이 과정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마지막 진통이 되리라 믿는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움직이고 있다. 이제 4월이 되면 이 글에서 언급된 모든 쓰레기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정상인들에 의한 상식적인 정치가 자리잡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피는 나라, 대한민국이 되리라 믿는다. (2025.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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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은 국토 최남단 서귀포에서 살고 있는 칠십을 바라보는 촌로로소이다. 40여년,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다하면서 나름 성실한 직장생활을 마친 후 이곳 외딴 섬으로 내려올 때는 세속의 번잡한 일일랑 잊고 바다와 구름, 그리고 산과 벗 삼아 한가히 지내고자 함이었소이다. 그리하여 그저 푸른 바다를 멍하니 응시하고, 한자락 구름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때때로 올레길, 오름을 따라 걸으며 과거도 미래도 망각한 채 오로지 현재만 즐거워하며 살고자 함이었소이다. 그러나 칩거 1년여, 애써 외면하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세상 돌아가는 꼴을 바라보노라니 나라 걱정에 잠이 깨이고, 차오르는 울화를 참을 수 없기에 소생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써서 팔도로 두루 전통을 날리오.

금수강산 대한민국 강토에 썪은내가 진동하고 있소이다. 내 인생 칠십, 이렇듯 혼탁한 선거판에, 이렇듯 자질이 엉망인 작자들이 대통령 후보로 올라오는 꼴을 보지 못했소이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나라인가요? 정말 젊은 세대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소? 나라의 앞길이 걱정되오이다. 대통령은 5년동안의 국가경영 이상의 상징적인 존재로소이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치성향의 얘기가 아니라 인간의 됨됨이가 문제라오. 이렇게 온갖 사기공갈에 시치미 떼고 다니면 대통령 후보가 되고, 이렇게 완벽한 가짜 인생을 살면 대통령 후보 부인이 될 수 있다는 정말 나쁜 선례를 우리 후속세대에게 가르쳐 주고 있으니 정말 생각할수록 끔찍한 선거로소이다.

인격은 망나니라도 일만 잘하면 된다고요? 혹은 건달 기질이 있는 자가 성실한 자보다 국가경영을 잘할 수 있다구요? 이게 가능할까요?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법 아닌가요? 영어에 Kleptocracy란 단어가 있소이다. 대략 번역하자면 “최고 악당에 의한 통치”를 일컫는 말이오. 현대 역사에서 이 단어로 회자되었던 가장 유명한 정치인은 1970년부터 1997년까지 아프리카 콩고의 독재자였던 Mobutu Sese Seko였소. 물론 그는 저 용어가 지칭하듯이 그 풍요로운 조국의 자원을 민중이 아닌 자신을 위해 축적하였던 정말 나쁜 독재자였다오. 여기서 우리는 나쁜 심성의 지도자가 초래할 결과를 역사를 통해 읽을 수 있다오. 그래서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국가지도자의 덕성을 강조하였고,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 군자의 덕성을 함양하는 교육훈련과정을 제도화하였던 것이라오.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 세대는 참으로 행복했다는 안도감과 경제발전과 민주사회 건설을 위해 합심 노력했다는 자부심을 누릴 수 있었소이다. 어느 정치인이 딱히 마음에 들었을까마는 그래도 그동안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들은 자질과 태도 면에서는 문제가 있었지만 본인 혹은 직계가족이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소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확실한 선진 민주국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에서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을 바라보노라니 정말 개탄을 금치 못할 정도라오. 그야말로 개도 탄식할 후보들이 서로 잘 낫다고 설치고 있으니 바라보는 국민들이 장탄식을 금치 못하고, 이들을 옹호하노라고 억지 논리를 펴고 있는 주변 정치인 나부랭이들을 바라보노라니 가소롭고 한심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겠소이다.

어찌 21세기 선진 민주국가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이토록 혼탁한 선거가 진행 중이고, 허구 많은 그 애국지사, 반듯한 시민, 준수한 인재를 놔두고 어찌 저리 혼탁하고 잡스런 작자들이 양당의 대선 주자로 올라서서 나라와 국민을 어지럽게 하는지 한심하고 개탄스럽소이다. 게다가 말도 안되는 허풍장이까지 백마 타고 다니며 제3의 대선주자로 혹세무민하고 있으니 이게 세상이 망할 징조인지 나라가 망할 징조인지 걱정되는 때입니다.


이리하여 내 걱정이 커져서 마라도 남단에서 지진이 일어나는지, 나라의 장래가 걱정되어 하늘도 흔들리고 땅도 울리는 것인지,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여 동아시아 4개국 중 유독 우리만 갈피를 못잡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대통령이란 작자는 시기적으로도 어울리지 않고, 무슨 일하러 간겐지 구분도 안되는 해외순방을 떠나서 마누라 데리고 저 남태평양 미항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자랑스레 홍보하고 있으니 이게 국민들이 역병에 감염되어 쓰러져 가고 있는 시국에서 도대체 나랏님이란 작자가 할 짓인가요?

예부터 공자 선생은 무릇 천하를 구하고자 하면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의 과정을 밟아 오라고 하였고. 좁은 한국 땅에서 평천하를 논하지는 못할망정 치국을 하시려거든 우선 수신과 제가가 이루어져야 할텐데 목하 대통령되겠노라고 코로나 와중에서도 설치고 다니는 소위 후보란 작자들이 과연 일반인의 상식을 넘어서는 수신과 제가의 본분을 다 한 사람들인가요? 양당의 대선주자 두 사람 다 이제 그만 물러서서 집에 가서 집안 관리나 잘하시오.


이율배반(二律背反), 윤석열씨, 당신이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라고? 보수진영의 대통령을 기소해서 자그마치 45년형을 구형한 검사가 그 당의 대통령 후보로 탈바꿈했다고? 이율배반도 이런 이율배반이 없고,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군요. 비록 때론 갈팡질팡, 술판에서 놀기도 했겠지만 당신 개인은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잘 자라서 본인은 비교적 강직하게 살아오신 것 같군요. 그러나 그 놈의 마누라 보는 눈이 그래가지고서야 국가 최고의 인재들을 발탁해서 써야하는 나라 경영을 어찌 감당하겠소이까? 허경영이 마누라했으면 딱 어울릴, 평생을 가짜사기 인생으로 살아 온 마누라, 돈되는 일이라면 온갖 사기협잡도 마다치 않고 끼어들던 장모가 쥐고 흔들 영부인실이 나라의 최고 이권개입기관이 될 터인데 이를 어찌 감당하겠소이까? 게다가 대통령 만들겠노라고 몰려드는 영입인사란 것들이 평생 요리 붙고 조리 붙으며 온갖 요설로 자기합리화하면서 정권 핵심부 근처에서 피 빨아 먹고 살던 작자들만 그득하니 선거에 이긴들 어찌 나라가 제대로 서겠소이까? 대선행보 멈추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집안일부터 잘 챙기시오. 보좌진들 다 떠난 밤 집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요시시한 마누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섬뜩하지 않소? 이래 갖고서야 국가경영은 말할 나위도 없고, 어찌 집안 살림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소? 우선 머리 아홉 개 달린 여시같은 마누라 머리채 휘여 잡고 시퍼런 가위날로 머리칼 싹둑 잘라서 다시는 문화예술인입네 하고 요사스런 문밖출입 못하게 집안 단속이나 잘하시기 바라오.


후안무치(厚顔無恥), 이재명씨, 당신이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라고? 그것도 소위 선명 민주진보세력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라고?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오. 정확하게 말하면 당신은 청와대가 아니라 청송교도소로 갈 사람이오. 당신 주변은 어찌 그리 썪은 시체 냄새가 진동하오? 표 몇 개 모아 보겠다는 심산에 부모님과 일가친척 욕보이면서까지 스스로 고백한 “천박한 집안”이라서 그런게요? 빈한하면 다 천박하오? 세상엔 가난하지만 고결한 분들도 많기만 하더이다. 게다가 성실하게 사신 당신의 부모님, 형제들은 당신 교육시키느라 온갖 고생하시면서 사셨던데 당신은 무슨 심보로 혼자 잘 낫다고 설치고, 상상을 초월하는 천박함이 집안에 그득한 것을 격세유전이라고 치부하고 계시오. 왜 본인 주변에는 정체불명의 검은 그림자가 늘 드리우고 있는게요? 삼척동자도 추론할 수 있는 부정부패의 인과관계를 딱 잡아뗀다고 진실이 가려질까요? 그런 집안 놔두고 국가의 미래를 논하러 다니는 게 스스로 낯 뜨겁고, 부끄럽지도 않소? 게다가 집안은 개판이오, 나라는 어지러운데, 선거판이 다가오니 웬 부부애가 그리 살뜰해졌기에 고깔모자 쓰고 빙글빙글 춤을 추니 참 바라보기 측은하고, 천박해도 너무나 천박하단 생각이 드네요. 김혜경 여사, 권력 호강할 맛에 눈 딱 감고 애정 있는 척하고 있지만, 당신 남편이 얼마나 정내미 떨어지는 작자인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지 않소? 이제 쑈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집안 단속이나 잘하시오. 옛날에는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손모가지를 도끼로 잘라버렸는데 그리는 못하더라도 우선 튼실한 몽둥이 한다발 준비하여 도박중독 걸린 아들놈 다리 몽뎅이 부러질 때까지 사뭇 내갈기시오. 그리고 이재명씨, 인륜을 벗어난 비수 돋친 행동과 언사들을 석고대죄 사죄할 뿐 아니라, 요리 말 던지고, 조리 말 바꾸면서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본인의 그 요망스런 혀를 자르지는 못할지언정 조용히 입 다물고 사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최선의 길이니 자숙하며 남은 인생 살기 바라오.

과대망상(誇大妄想), 허경영씨, 허풍 경영하시느라 고생이 많군요. 제도권 인사들이 하도 해괴망칙하다보니 당신의 그 우스꽝스런 모습들이 차라리 귀여워 보이는군요. 세상이 혼탁하니 당신같은 정신분열증 환자도 조명을 받는 시절이 되었군요. 많이 컸네요. 돈도 벌리고, 추종자도 생기고 재미있죠? 그러나 보는 국민 심히 피곤하네요. 이쯤 해둡시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위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길이랍니다.

거대 양당은 자숙하시오. 왜 이다지 보수세력 핵심부에는 정체불명의 부패한 인사들이 권력 핵심부에서 끈질기게 자리 잡고 있고, 왜 이다지 진보세력 핵심부에선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이상한 자살로 마감되는 수상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게요? 너희들이 경제발전 세력이라고? 너희들이 민주화 세력이라고? 가소롭고 가증스런지고...


어찌 세상에 인재가 없어서 이런 작자들이 대선후보로 올라오게 하는 것이오. 윤석열 정도가 소위 보수야당의 대표주자이고, 이재명 정도가 소위 개혁진보세력의 대표주자란 말이오? 이게 당신들 수준 아니오? 이건 너 네들 양대 정당의 수준과 풍토가 이렇게 밖에 안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증표가 아닐까요?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우리 국민들이 기가 차서 웃고 있소. 이제라도 심기일전하여 새 후보를 뽑아서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들의 판단을 기다리시오. 그렇지 않으면 머잖은 시기에 두 무리 다 국민들의 준열한 심판을 받을 날이 오리라 믿소이다.


문재인 정권 기간동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희한한 세상을 사느라 나라빚, 가계빚은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나서 대한민국이 이미 부채공화국의 단계로 진입하였건만 , 또 다시 선심성 정책을 쓰겠다니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빚을 떠넘기고 현재 유권자들인 기성세대들만 호의호식하자는 게요?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살아 온 길이 욕보일까 두렵소. 그런 푼돈 받아서 소고기 안 사먹어도 좋으니 국가의 장래와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구상해 봅시다.

이제 정말로 건전한 시민들, 때 묻지 않은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수십년 집권을 통해 권력과 돈맛에 찌들어 썪을대로 썪어 문드러진 거대 양당에 의지하지 말고 새롭게 나라를 건설해 봅시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말장난에 놀아나지 맙시다. 둘 다 썪어도 한참 썪었소이다. 썪어 문드러진 가지에서 무슨 보수니 진보니를 논할 수 있겠소이까? 116년 전 장지연 선생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썼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생각나는 현실이 몹시, 또 몹시 가슴 아프오.


2021년, 신축(辛丑)년을 보내며

국토의 남단 서귀포 갯바위에서


한라산인


(등재: 2025.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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