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어린이들과 여신강림

by 소개화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그저께 새로 시작한 드라마 '여신강림'에 대한 생각을 했다.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을 TVN에서 드라마로 만든 건데, 나도 원작 웹툰을 본 적이 있어서 첫 화를 관심있게 봤다. 원래는 어제 2화를 보려고 했는데 우리집 꼬마를 재우다가 잠들어서 보지 못한게 아쉬웠다. 여신강림은 못난이 여주인공이 외모에서 비롯 된 왕따와 실연으로 괴로워하다가 우연히 가게된 전학을 계기로 화장에 눈을 떠 외모가 예쁘게 변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것이 그 내용인데, 첫 화의 내용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우리 집 꼬마의 어린이집 적응기가 생각났다.




꼬마는 3살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후 2번이나 어린이 집을 옮겼다. 처음은 5살이 되어 가정어린이 집을 졸업하면서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민간 어린이 집으로 옮겼고, 두 번째는 다니는 어린이 집에 놀이터가 없고, 다니는 내내 꼬마의 표정이 밝지 않은 등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다른 어린이 집으로 다시 옮겼다. 꼬마는 가는 곳 마다 적응을 곧 잘 하는 편이긴 했지만 지난 두 어린이 집에서는 아이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 있거나 영향력이 있는, 시쳇말로 '인싸' 라고 불리워지는 아이는 아니었다.


올해 초에 6살로 세 번째 어린이집에 들어갈 무렵, 아이는 드레스와 악세사리에 푹 빠져있었는데 어린이 집에가는 첫날 꼬마가 선택한 의상은 분홍색 풍성한 드레스와 알록달록 여러색깔의 목걸이와 팔찌였다. 심지어 그 날의 머리스타일로 '엘사'머리까지 완성하고 커다란 리본이 달린 분홍 구두까지 신은 그 모습은 영락없는 '공주병'이었다. 어린이집에서 화장실을 갈때 편한 레깅스에 간단한 롱티를 입고, 아침 바쁜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를 주로 했던 그 동안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어린이 집에서 한소리 들을까봐 걱정하는 나와는 달리 아빠와 딸은 신이나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꼬마의 하원시간, 아이의 표정은 밝았다. 선생님은 친구들이 꼬마를 많이 좋아한다고 했으며, 그 이유는 바로 '예뻐서' 라고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꼬마는 그 뒤로도 꾸미기를 멈추지 않았다. 꼬마의 공주행세는 약 한달정도 계속되었는데, 그게 어린이집 행복한 반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드레스 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너도나도 악세사리를 하고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의 악세사리를 비교하며 오늘은 무얼하고 왔는지 확인하고 비교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심지어 어느 날은 아이 등원시간에 같은 반 남자아이가 악세사리를 하고 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첫 어린이집 상담에서 선생님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꼬마는 '인싸'가 되어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악세사리를 걸치지도 드레스를 입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꼬마에게 계속 호감을 보이고 있고 결과적으로 완전히 잘 적응하게 되었다.


꼬마는 내 자식이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다른 아이들보다 얼굴이 특출나게 예쁜 편은 아니다(우리 남편이 들으면 내 멱살을 잡을 얘기지만..). 성격도 적극적이지 않아서 놀이터나 새로운 곳에서 다른 어린이를 만나면 먼저 말을 걸기 어려워하며 몇 번이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다. 그런데 고작 드레스에, 목걸이에 그렇게 아이들과 잘 어울리게 되다니. 적응을 잘해서 좋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아이들이 이렇게나 외모를 중시여기는 구나. 화장 하나에 인생이 뒤바뀐 '여신강림'의 주인공과 꼬마의 일이 겹쳐 보이는 건 그저 나만의 착각인 걸까?



텔레비전에서 여신강림 재방송이 나온다. 주인공이 예쁘게 화장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꼬마는 넋을 놓고 바라본다. 나는 꼬마에게 “너는 화장 하고 싶어도 고등학생 때부터 해. 중학생 때 까진 안돼.” 하고 말하지만, 초등학생들도 화장을 한다는 세상에 나는 과연 꾸미고 싶어하는 사춘기 소녀가 된 꼬마를 말릴 수 있을까? 외모로 왕따를 당하는 세상에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마음만 고우면 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수영이는 은서를 싫어해.”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던 어느 날, 꼬마가 같은 반 친구들 얘기를 했다. 수영(가명)이는 꼬마가 자주 어울리는 같은 반 아이로 반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같은 반 은서(가명)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싫어하는 이유를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은서가 안경을 써서.’ 은서는 시력이 나쁜지 안경을 쓰는 데, 안경을 쓰면 못생겨 보여서 수영이가 싫어해서 자신도 잘 놀지 못한다는 것 이었다. 수영이는 은서가 안경을 쓴 모습이 개미 같고 징그러워 보인다고 말하며 같이 놀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에서 본 은서는 안경을 썼을 뿐 그저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고작 6살이었다. 6살짜리 아이들이 벌써부터 외모로 차별을 한다.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은서네 엄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꼬마에게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은서는 잘못을 한 적이 없으며 단지 눈이 나빠 안경을 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가 은서의 입장이라면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해 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을 외모를 이유로 차별하고 싫어한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수영이가 은서랑 놀지 말라고 한다고 해도 너는 너만의 생각으로 은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잘 통했을까? 내가 잘 한 걸까? 사실은 아이들이 누구를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어른들이 통제할 권리는 없지 않나? 말은 안 했지만 아이들도 외모가 아닌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은서와 놀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내 아이가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이 되게끔 하고 싶지 않은 게 당시 나의 마음이었다. 꼬마는 그 뒤로 은서와도 잘 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고 그 일이 우리 아이의 이야기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람을 판단 할 때 외모가 기준이 될 수도 있고, 그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아름다운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연에서도 겉모습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일은 비일비재 하니까. 하지만 나는 사람이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은 외모뿐만이 아니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부모의 욕심일까? 나는 그렇게 실천하지 못 할 때가 있음에도 내 아이는 상대를 한 두 가지 기준으로만 재어보고 싫어하거나 꺼려하지 않고, 서로 다방면의 여러가지 장점을 발견하는 인간관계를 맺기 바란다. 조금 더 서로를 들여다보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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