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밤이 되어도 도통 자려고 하질 않는다.
"조금만 더, 더 놀고 자면 안될까?"
그렇게 말하며 잠들기가 아쉬워 장난감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 양치를 시키고 잠자리에 눕히면, 아이는 자리에 누워 한참을 뒤척뒤척 잠을 못이룬다.
옛날 이야기 하나, 또 지어낸 다른 이야기 하나, 비장의 무기 '1부터 100까지세기'까지 하고나면 어느새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아이. 그런 아이의 손과 볼에 입을 맞추며 그 작은 손이 얼마나 더 자랐는지도 보고, 오늘은 얼마나 평온한 얼굴로 잠들었는지 지그시 들여다 본다. 그러다 아이가 뒤척여 옆으로 누워 자기라도 하면 자그마한 등을 보면서 그 등이 더 작았던 어느 때가 떠오른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 100일정도 된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옆으로 누워 작은 숨을 내쉬어가며 잠들어있었다. 그때는 여러모로 내 인생에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는데, 아기 때문에 더 힘들었지만 아기때문에 버틸 수도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우울함과 두려움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 와중에도 100일도 안된 아기가 어른들처럼 옆으로 누워자는 모양새가 신기하고 귀여워서 불꺼진 방 커튼틈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작디작은 아기의 등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조그마한 뒷모습이 어지러운 마음에 어찌나 큰 힘이 되는지. 그 어린 등을 보고있는 시간이 내겐 큰 위로의 시간이되어 그 후로도 아이가 옆으로 잘 때면 조금 멀찍이 떨어져 누워 뒷모습을 보며 그 날 했던 다짐을 다시 되새겨본다.
'내가 저 작은 등을 지켜줘야지.'
'저 작은 아이를 위해서 힘을 내야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아픈 시기에 용기를 준 작은 생명.
어느 덧 7살이나 되었지만, 오늘 밤 보는 꼬마의 뒷모습도 아직 작고 여리다.